사법이 선거를 흔들 때,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 민주주의는 무사한가?
사법이 선거를 흔들 때,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 민주주의는 무사한가?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거대한 정치적 파문을 일으켰다. 판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일. 법의 이름으로 진행된 이 속전속결은, 과연 중립적 정의의 실현이었을까? 아니면 정권의 시나리오에 맞춘 사법의 개입이었을까?
이번 판결은 단지 한 정치인의 유무죄를 넘어,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심장인 선거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네 가지 핵심 논점을 중심으로 이 판결의 본질을 따져본다.
1. 사법부, 정치의 도구로 전락했는가?
대법원이 8일 만에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히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기에, 정치적 고려 없이는 설명이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경향신문은 "내란 사태 시엔 침묵하던 대법원이, 선거 시기엔 기민하게 움직인다"며 사법부의 선택적 민감성을 꼬집었다. 더 나아가, 현직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인사라는 사실은 이 판결의 배경을 더욱 의심케 한다. 시민사회가 "사법부가 특정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고 성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권자는 법원마저 정파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는 선거의 공정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
2.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사법 판단
프레시안은 "허위사실 규제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표현이 사법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니다. 사법 판단이 후보자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권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다. 한겨레는 "선거에서 진 후보만 재판받는 구조는, 애초에 선거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당선자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면죄부가 되고, 야당 후보만 법의 잣대 앞에 선다. 이런 선택적 기소는 사법의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무기로 기능한다. 선거법은 그렇게,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는다.
3. 법의 이름으로 쟁점을 지운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선거의 주요 이슈는 정책이 아닌 '사법 리스크'가 되었다. 한겨레21은 이 상황을 두고 "모든 쟁점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후보 간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법정 공방만이 남았다. 이런 사법 중심 선거는 유권자에게서 실질적인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 본래 유권자가 평가해야 할 것은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지, 법조문 해석의 미묘한 차이가 아니다. 선거가 법원의 판결에 좌우되는 순간, 정치는 법에 포획되고, 국민의 주권은 침해된다.
4. 법은 왜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가
이번 판결은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지만, 판결 시점을 고려하면 선거 전까지 결과가 확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피선거권 박탈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태에서, 유권자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 혼란을 낳았다. 경향신문은 "헌법에 명시된 주권재민 원칙이 침해됐다"며, 법원이 국민의 선택권을 침묵으로 대체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아닌 유권자가 후보의 진실성과 적합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법과 민주주의의 충돌, 이제는 선택할 때다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은 사법이 정치에 얼마나 깊이 관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대법원은 '알 권리'를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했고, 그 판단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사법부가 정치의 조력자가 아니라 대체자가 되려는 순간,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법적 확실성과 정치적 정당성 사이에서,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사법의 이름으로 정치가 흔들리는 현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이 판결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내란에 대해서는 한마디 입장 표명도 없던 대법원이 왜 이토록 신속하게 판결을 내렸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