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으로 빈곤과 소득 불평등 해소가 가능한가?
기본소득과 소득재분배 - 백승호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기본소득 제도는 심사와 노동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매월 일정액이 무조건 지급되는 소득보장제도이다. 현재의 복지국가 시스템에서 소득보장제도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사회보험료 기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사회보험이다. 그리고 일반조세를 재원으로 자산조사에 기초하여 대상자를 선별하는 공공부조제도가 존재한다. 또한 복지 선진국에서는 아동, 장애인 등 특수한 욕구를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수당제도가 존재한다. 기본소득 제도는 조세를 기본재원으로 하며 대상자를 선별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도들과 구분되는 가장 보편주의 원칙에 충실한 소득보장제도라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는 일반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공공부조제도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되고 있다(이인재 등, 2008). 사회보험은 보험수리원칙을 기본으로하고 있어 자본주의의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고, 공공부조 제도는 누진적 조세를 기본 재원으로 가장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집중적으로 급여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직적 재분배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복지정치의 차원을 고려하지 못한 주장으로 평가된다. 또한 실증 분석 결과는 공공부조 제도에서 소득재분배 효과가 전형적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른바 ‘재분배의 역설’론이다(Korpi & Palme(1998). 선별주의적 방식의 공공부조제도는 매우 제한적인 인구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소득 재분배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으며, 보편주의적 방식의 사회보험제도는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 냄으로써 평등주의적 성과들을 달성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 ‘재분배의 역설’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를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로 구분해 본다면, 기본소득 제도는 사회보험보다도 더 전형적인 보편주의 제도이다. 기본소득 제도는 대상자를 선정할 때 소득기준도 없으며, 집단 구분 기준도 없고, 노동경력 여부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소득 제도가 소득재분배 측면에서는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이 실증적으로도 검증되고 있는가? 현재로서는 기본소득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검증은 불가능하다. 다만, Garfinkle등(2006)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기본소득 도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재분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Garfinkle등(2006)의 분석결과를 소개함으로써 기본소득 제도가 빈곤과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Garfinkle등(2006)은 네 가지의 기본소득보장 안에 대해 시뮬레이션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네 가지의 기본소득 보장안은 표준안, 아동우선안, 한부모우선안, 성인 우선안으로 구체적인 급여 내용과 재정방식은 아래와 같다.
표 1- 기본소득보장(Basic Income Guarantee) 안ⓒ 백승호
분석결과 기본소득 보장안이 빈곤에 미치는 영향은 아래와 같다.
표 2- 현재의 소득보장제도와 기본소득보장안의 빈곤에 미치는 영향 비교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현물급여의 실질 가치를 액면가의 75%로 환산한 경우임)ⓒ 백승호
분석결과 모든 안에서 빈곤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성인우선안은 빈곤율을 10%에서 5.8%로 낮춤으로써 빈곤율 감소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빈곤갭은 절반이하로 감소됨을 알 수 있다. 아동우선안은 아동빈곤율을 14.5%에서 8%로 줄였다.
다음으로 기본소득 제도가 수직적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아래와 같다.
표 3- 현재의 소득보장제도와 기본소득보장 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 비교ⓒ 백승호
분석결과 소득 최하분위와 최상 분위에서의 재분배 효과는 매우 의미있게 나타나고 있었다. 현행제도는 소득 하위 1분위의 소득 점유율을 5.1% 정도로 증가시켰고, 소득상위 5분위의 소득점유율을 42.7% 수준으로 줄였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소득 제도는 미미하지만 소득 1, 2, 3분위의 소득 점유율을 증가시키고 있는 반면, 소득 5분위의 소득 점유율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우선안에서 상위소득 분위의 소득점유율은 2%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상으로 기본소득 제도가 빈곤과 소득재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았다. 위에서 Garfinkle 등(2006)이 시뮬레이션 분석을 위해 사용한 기본소득 안들은 적정한 수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안들이었다. 소득재분배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보편주의적 방식의 소득보장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적정수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위의 기본소득 안 중에서 추가적인 5.5% 포인트의 소득세를 부과함으로써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성인우선 안이 빈곤 감소 및 소득재분배 효과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적정 수준의 기본소득이 빈곤과 소득재분배에서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소득조사를 통해 빈민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선정하는 정책들은 거의 빈곤을 감소시키지 못해왔다(Burtless, 1994). 또한 보편적 복지제도가 더 재분배적이라는 연구결과들(Korpi & Palme, 1998)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본주의가 확립된 이후 수 백년동안 지속되어왔던 선별주의적 탈빈곤정책들이 어떤 국가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빈곤과 소득재분배를 개선하기위해서는 보편적 복지제도의 확장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어떤 제도 보다도 가장 보편적인 방식의 제도가 기본소득 제도이다. 적정 수준의 기본소득 보장은 인류 역사의 영원한 과제인 빈곤문제의 해결과 소득재분배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 기반하고 있지만 전혀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의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 극적으로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소득재분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
이인재 등(2008). 사회보장론. 나남.
Korpi, W. & Palme, J.(1998). "The paradox of Redistribution and Strategies of Equality; Welfare State Institutions, Inequality, and Poverty in the Western Contrie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63, pp. 661-687.
Garfinkle, I. Huang, C. & Naidich, W.(2006). The Effects of a Basic Income Guarantee on Poverty and Income Distribution. In E. O. Wright(eds). Redesigning Distribution:Basic Income and Stakeholder Grants as Cornerstones for an Egalitarian Capitalism. Verso.
Burtless, G. (1994) Public spending on the poor:Historical trends and economic limits. In S. H. Danziger, G. D. Sandifur, D. H. Weinberg (Eds.), Confronting poverty:Prescriptions for change (pp. 51-84). Cambridge, MA:Harva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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