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역사이론이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유물론적' 이론임을 자부하여 '역사적 유물론'으로 불린다('보편적 진리에 대한 이론으로서 철학'이라는 관념을 버린다면, 과학='역사적 유물론'; 철학='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정식을 기각한다면, 요컨대 진리에 대한 일종의 '종교적' 관념을 버린다면,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은 역사이론뿐이다). 그런데 역사에 대한 '유물론적'('물질론적') 이론이란 무엇인가? 다시 말해 역사에서 '물질적인 것'은 무엇인가?
폭발한 마르크스주의의 위기가 일차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문제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이론의 문제를 떠나 이 위기를 사고될 수 없다면, 제기되어야 할 것은 질문이다. 이런 근원적 질문이 제기되지 않는 한 마르크스주의의 위기는 '체험'은 되고 있다 하더라도 '인식'되고 있지는 못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자신의 생명력을 주장하기 위해서 마르크스주의는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든 새로이 답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대한 특정한 답변 위에 성립한 지금까지의 마르크스주의의 지배적 형상의 소멸과정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으며, 이것은 절대 우연의 소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유물론은 계급구성체로서 사회구성체에 관한 이론이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사회적 관계의 유물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서, 사회적 물질성(또는 '물질적인 것')의 유일한 토대를 노동에서 찾는다. 그러나 역사에서 물질적인 것(부득불 '물질/의식'이라는 개념쌍을 쓰자면, 의식에 대해 '외적'인 것)의 토대가 노동뿐인가? 달리 말해 보편적 적대는 노동의 분할에 토대를 둔 계급적대뿐인가? 그렇지 않다. 마르크스는 계급적대를 총체화하여 사회적 관계들을 계급관계로 환원했고 계급구성체로서 사회구성체라는 '사회적 전체'를 구성했다. 마르크스로 하여금 계급적대를 총체화하도록 만든 것은 그가 자유주의한테서 물려받은 사회에 대한 이원적 표상, 곧 시민사회/국가 대당이거니와 이런 총체화가 수반하는 그 모든 곤란과 재난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1)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을 지도하는 당은 절대지의 대용물이 되었고 프롤레타리아의 독재는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독재로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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