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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Story 부문 최우수상 - 그린란드 바다표범 사냥꾼의 하루 >
빙하가 떠다니는 일루리삿 앞 바다. 한센과 피터는 바다표범 사냥꾼이다. 빙산으로 가득찬 그린란드 일루리삿 바다가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전통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그들은 아직도 모든 사물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다. 바다표범 사냥에 성공하면 가장 먼저 고기를 해체할 평평한 빙산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 그린란드에서 자연 도축장으로 사용할 빙산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바다표범을 빙산 위에 올린뒤 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이때 바다표범의 정령이 바다로 돌아가 자신을 다시 찾아주길 빌며 내장을 바다로 던지고 고기를 갈매기에게 나눠준다. 의식을 마치면 그들에게 남는건 순살코기 다섯덩이정도. 이는 다시 가족이 먹을것과 기르는 썰매개들에게 줄 것으로 나눈다. 일루리삿 인구가 5천명인데 기르는 개만 3천5백마리가 될 정도로 그린란드는 썰매개가 중요하다. 애완이 아닌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져온 고기를 개들에게 나눠주면 길고 긴 하루가 끝난다.
- 조영호 (한국일보) / 촬영일: 2011. 05. 06 -
< 생활 Story 부문 우수상 - 길에서 만난 얼굴들 >
사람이 아닌 무생물에게서 가끔 사람의 얼굴을 만날 때가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거리에서 만난 얼굴들을 모았다. 어떤 얼굴은 밝에 웃기도 했고, 어떤 얼굴은 매섭게 화를 내기도 했으며, 어떤 얼굴은 사람이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얼굴을 내게 보여 주었다.
01) 8.9 정동 공중전화 버튼 02) 10.6 조계사 담장
03) 9.15 삼청동 약국 대걸레 04) 9.26 청계천 벽등
05) 11.1 목동 상가 우편함 06) 9.26 광화문 보도 서울시 로고
07) 8.8 망원동 엔트라사이트 커피 로스팅기계 08) 2.10 전남 진도군 관매도 화장실건물
09) 10.24 여의도 금융감독위원장실 스피커 10) 2.5 남대문로 소화 배수전
- 김성룡 (중앙일보) / 촬영일: 2011. 02. 10 -
< 생활 Story 부문 - 그래도 난 멈추지 않는다. >
“돌아! 돌아! 턱 당기고! 원! 투!” 2년 만에 권투신인왕전 준결승이 열린 지난 11일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체육관에서는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아닌 코치의 외침만이 울리고 있다. 자리를 채우고 있는 관중들도 대부분이 선수들과 관계자들로, 경기가 후반순서로 갈 때마다 관중석의 빈자리는 더욱 늘어간다. 하지만, 링 안은 링 밖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선수들의 열기로 후끈거린다. 링 위의 두 선수는 매서운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4라운드 안에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부으려는 듯 쉬지 않고 주먹을 내뻗고 있다. 링 밖의 썰렁한 분위기에 시위라도 하는 듯 간혹 선수들의 피가 관중석까지 날아든다.
* 매년 400여명 출전했다 올핸 80명으로 뚝: 한국 권투의 전성기였던 1970~80년대에 장정구, 박종팔, 김태식, 백인철 선수 등 13명의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신인왕전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이종격투기 같은 퓨전격투기가 인기를 끌면서 정통격투기인 권투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사그라졌다. 한국의 마지막 세계타이틀 보유자였던 최요삼 선수의 사망으로 권투가 위험한 운동이라는 인식까지 심어지면서 권투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매년 300~400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신인왕전에 올해는 2년 만에 열리는 경기임에도 80여명만 출전했다.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니 후원 또한 끊기면서 개최하는 일마저도 쉽지 않다. 한 권투관계자는 “한 경기당 대전료가 40만원인데 누가 그 돈 받고 이 힘든 운동을 하겠느냐.”며 대전료 봉투를 열어 보였다. 이마저도 대전료의 절반은 현금이 아닌 경기관람권으로 지급된다. 결국, 지방에서 온 선수들은 왕복교통비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경기를 치른 셈이다.
* 낮엔 택배기사 밤엔 샌드백 때리는 한익수씨: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인왕전에 출전한 선수들의 열정과 챔피언을 향한 욕심만큼은 전성기를 능가했다. 전북 장수군에서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는 한익수(32)씨는 신인왕전 출전을 위해 석달 전부터 서울로 올라와 낮에는 택배기사로 일하면서 밤에 운동을 하고 있다. 신인왕전 출전 제한 나이인 32세에 객지생활까지 하면서 챔프의 꿈을 키우는 한 선수는 권투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좋다. 권투를 시작한 지 이제 8년이 지났는데도 그만두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이것도 중독인가보다.“라며 다시 샌드백 앞으로 돌아선다.
* 스승이자 우상인 김태식관장 빼닮은 정태웅군: 161cm, 48kg의 왜소한 체격에 곱상한 외모를 지닌 고등학생 정태웅(18)군은 신인왕전 플라이급에 출전했다. 정 선수는 자신의 스승이자 우상인 전 WBA 챔피언 김태식 관장과 같은 체급인데다 권투스타일까지 판박이다. 현재 3전 3승 3KO의 전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 선수는 저돌적이며 물러서지 않는 권투를 한다. 그는 복싱화 바닥이 닳아 4개월마다 신발을 바꿔 신어야 할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다. 마땅한 스파링 상대가 없어 자신보다 체중이 20kg 이상 나가는 선수와 연습경기를 많이 해 얼굴이 성할 날이 없지만 하교 후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이 힘든 운동을 왜 하느냐는 같은 질문에 정 선수 역시 “권투가 좋아요. 관장님처럼 챔피언이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며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김 관장을 의식한 듯 수줍게 웃는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했던지 김 관장은 무뚝뚝한 말투로 “권투는 관중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 멋지게 해야 해.”라며 자리를 뜬다.
단지 이 두 선수뿐 아니다. 신인왕전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관중을 미치게 만들 멋진 주먹질을 위해 오늘도 시큼한 땀 냄새를 풍기며 허름한 체육관에서 숨이 넘어갈 때까지 줄을 넘고 주먹이 부서져라 샌드백을 치고 있다.
- 정연호 (서울신문) / 촬영일: 2011. 03. 21 -
< 생활 Story 부문 가작 - 후~이익 후~이익… 거친 숨비소리 “뭍사람 물질허래 옵써” >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를 가다. “에메랄드 빛 바닷속 세상은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에요. 하지만 물질은 너무 힘들고 어려워요.” 태왁(해녀들이 부력을 이용하여 가슴에 안고 헤엄치는 도구)을 안고 서툰 물질로 연신 자맥질을 하는 예비 해녀들의 감탄과 탄식이 교차한다.
이들은 올해로 4번째 열리고 있는 ‘한수풀 해녀학교’의 교육생들이다. 해녀들의 삶터였던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 앞 바다가 뭍사람과 도민들이 참여하는 해녀교실로 변한 것이다. 앳된 모습의 여성은 물론 남성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해녀 할머니들이 강사로 나서 전통방식으로 물안경에 쑥을 비벼 습기가 차는 것을 막고, 숨비소리(해녀 특유의 숨쉬는 방법)를 “후∼이익, 후∼이익” 내며 무자맥질을 보여주자 이내 따라하는 교육생들. 아직 바닷물이 낯선 제자들은 애를 먹기 마련이지만 표정들은 한결같이 밝았다. 교육생인 주부 고지원(45)씨는 “제주도에 살지만 물질은 해본 적이 없어 해녀학교에 입학했다”며 어촌계에서 허락해 주면 바닷가로 이사해 해녀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며 활짝 웃는다. 한 교육생이 부말(소라의 제주도 사투리) 잡이에 신이 났다. 한쪽에선 성게를 건지기도 하고 잡은 문어를 포구 앞 불턱(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와 불을 피우는 곳)에서 바로 삶기도 한다.
해녀 시어머니와 어촌계의 부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3명의 며느리들은 특별히 집중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전통적인 방식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해녀학교 입학을 선택했다. 이밖에도 매주 경기도 부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애완견 미용사, 아이들을 가르치는 태권도 사범,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열심히 해녀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반드시 해녀가 되기 위해 해녀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해녀학교 1기생인 이한영(39·회사원) 제주해녀문화보존회 회장은 “바다를 좋아하고 해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를 결성해 해녀들을 위한 봉사할동과 같은 다양한 일들을 하려 한다”며 “서울 해녀사관학교 운영과 해녀신문 창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 해녀 문화 알리기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생도 지난 2008년 30명에서 올해는 5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수풀해녀학교 임명호(53) 교장은 “제주의 해녀 문화를 전국에 알릴 기회를 제공하고,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치겠다”며 안전한 교육과 어장 보전을 함께 강조한다. 실제로 교육생들이 수업 중 수확한 해산물들은 일부만 가져가고 대부분 다시 바다로 되돌려 보내도록 하고 있다. 해녀학교의 수업은 17주 동안 이뤄지며 오는 27일이면 4기 졸업생이 배출된다. 고령화와 바닷속 자원의 고갈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해녀들.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줬던 해녀들의 삶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 이병주 (국민일보) / 촬영일: 2011. 08.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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