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rospect on Tanzania" - 김병원 -
내눈동자의 앵글에 처음 잡힌 탄자니아는 역시 폐허였다. 밟고 서 있던 흙 한줌에서 맡은 죽음의 고통과 버림 받은 흑인종의 냄새 배고픔, 가난 그리고 절망.... 이런 삼십년 넘은 낡은 관념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나는 수 많은 셔터를 터뜨렸다. 독 오른 벌래들이 까맣게 내려 앉은 흑인 아이의 퉁퉁부은 입술, 이름 모를 병으로 갈비뼈 앙상하게 죽어가던 노인, 구호물을 받아 먹으려 동생을 업고 예배당 밖을 서성대던 배고픈 어린 소녀의 모습, 그러나 암실에서 약물위로 둥둥 떠오르던, 가슴 아프기엔 너무나 진부한 내사진들... 행복을 내 기준의 물질적 풍요와 환경 조건으로 정의하려했던 내자신이 얼마나 마음속 깊이 뿌리 박힌 교만한 부르조아 였는지... 그들은 사실상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이 우물가에서 예수를 만난 사마리아 여인을 닮아 있었다. 하얀 이빨속에서 드러나 보이던 것은 구원에 대한 절규가 아닌 진정한 행복이었음을 난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뒤 내사진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탄자니아로 떠나기전 찍으려했던 것은 아프리카인들의 영혼과 삶을 구제하는 선교사들의 활동이었다.
구호물자를 타기위해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20키로가 넘는 거리를 걷던 어린 아이들, 그들의 흙 묻은 손위로 던져지던 빵 한조각이나 입다 버린 옷가지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리고 그 아이들의 뒷모습에서 묻어 나던 꿈. 그것들을 볼 수 있기까지는 내 오랜 피상적인 관념들이 산산이 깨어지는 아품 과정을 거쳐야만했다. 카메라를 들 들었다가도 왠지 부끄러웠다. 그리고 늦게 나마 나는 탄자니아인들을 오랜 세월동안 지탱해 왔던 이런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향해 앨글을 돌렸다. 그 결과적으로 내 작품의 흐름이 위에 말했듯이 낡은 편협됨과 뒤늦게 발견한 향기의 상반성으로 나뉘어지고 있다. 황폐한 모래땅에 씨를 뿌리던 한 농부의 희망 더러운 물이 가득찬 고랑에서 천진하게 수영하던 어린 소년의 발가벗은 모습. 마사이족 가족의 행복한 모습. 2개월동안의 탄자니아 인들과 동거가 그들 구석구석을 다 표현해 내기에는 얼마나 짧은 순간에 불과한지 내게있어 작품들은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작업이었음을 시인한다.
나는 숱하게 찍어 놓은 내 사진들을 뒤적이며 아쉽게 남아 있는 내 좌절과 아프리카에 대한 그리움을 본다. 언제가 그런 그리움들을 사진속에 재현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보는 이들이 작품마다에서 탄자니아 인들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꿈과 희망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어리숙하게 묻어있는 내 사진작업을 사랑하는 마음을 발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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