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시대' '혁명의 시대'등 근대사 연구서로 유명한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봅은 시장자본주의의 전면적인 지배는 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홉스봅은 슈피겔지와의 회견에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대한 승리감에 젖어 자신의 문제를 외면함으로써 사회정의와 인간성을 구현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모순이 현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시장은 인간을 사적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책임질 줄 아는 공적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한 그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에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일어난 것 처럼 21세기에는 일방적인 시장의 지배에 대한 저항운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20세기 중반에 역사상 최초로 '잉여의 시대'가 미국과 서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도달했다고 보는 홉스봅은 21세기에는 경제성장 보다는 재화의 사회적 재분배가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부국과 빈국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세계 최상위 부자가 200명의 재산이 중국 전체의 국민총생산과 맞먹는 상황에 도달했으며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산업이 선진국에 편중됨에 따라 국가간의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자원의 사용도 시장에 맡겨놓을 수 없으며 정치적 제한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이갈는 질문에 대해 홉스봅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미국이 군사개입을 통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며 더욱이 미국의 지배력은 식민지가 아니라 위성국가 체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위성국가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홉스봅은 세계적으로 분리주의적·지역주의적 경향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이제 강대국들이 세계를 통제할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서구의 인권 개념도 보편적으로 관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1세기에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를 중국이 어떻게 새로운 위상을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 국제질서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간의 대립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는다면 제3차대전은 이들 나라 사이에서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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