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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o ergo sum

우리나라 의료제도와 ‘의료민영화’

by 淸風明月 201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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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는 괜찮은 것일까? 다른 나라의 제도에 비하면 어떨까? 사실 이에 대해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기 어렵다. 무엇을 기준으로 여러 나라의 의료제도를 평가하고 그 안에서 우리나라를 설명할 수 있을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한국의 보건의료제도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교적 간단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한가지 설명하자면, 국민들이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병의원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의료비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내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 보건의료제도가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지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병의원 중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병원 시설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공공병상비율’로 표현되는데, 여기서 ‘병상’이란 병원에서 동시에 입원하는 환자수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과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장비, 시설 등 의료와 관련한 자원을 대신하여 표현하는 의미도 포함된다. 따라서 ‘공공병상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야말로 의료인력, 시설, 장비 등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보건의료의 공공인프라’를 말하는 것이다. 

한편, 의료비를 누가 어떻게 내는가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우선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내는 조세가 있고, 건강보험료를 걷는 방식이 있으며, 민간보험사가 대신 내주는 의료비도 있고,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도 있다. 

여기서도 ‘공공의료비율’은 의료비 중에서 국가가 세금으로 내거나 국민건강보험과 같이 제도적으로 부담하는 의료비가 전체중 얼마나 되는지를 알게 해주는 지표다. 이때 환자나 가족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나 개인적으로 알아서 들어둔 민간보험사에서 지불하는 의료비는 제외된다. 이처럼 ‘공공병상비율’과 ‘공공의료비율’은 그 사회가 국민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얼마나 함께 노력해야 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어 준다. 이 두 지표의 값이 높을수록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며, 반대로 낮아질수록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 것으로 이해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이런 두가지 지표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를 살펴보면 어떨까?
이에 대해 이상이 등이 비교연구한 논문이 있다.  

 

<그림> 주요국과 비교해 본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모습
 


이상이 등(2006). 국민건강보험(NHI)의 개념정립과 발전방향. 국민건강보험공단

 

그 결과를 살펴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와 공공에서 운영하는 병상수는 전체 병상수 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20%를 넘는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민간병원에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의료비 중에서 공공의료비 비율은 2007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55%로 OECD 국가들중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45.2%)와 미국(45.4%) 뿐이었다. OECD 국가의 평균이 73%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는 약 20%p 가량 낮다. 그만큼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전국민건강보험은 ‘의료비 할인제도’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결국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나 재정체계 모두에서 공공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적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의료체제가 미국보다 더 시장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료의 미래, ‘의료민영화’냐? ‘공공의료 강화’냐?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제도가 그만큼 민간과 시장에 의존하는 성격이 강하며, 이 때문에 건강불평등이 심해지고 가난한 이들이 돈이 없어 의료이용을 못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민영화’란 한마디로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해보겠다는, ‘돈벌이 의료’, ‘상업화된 의료’를 말한다. 여기서는 ‘수익’이 목적이지, ‘국민의 건강’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될 뿐이다. 마이클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에서 보험회사가 수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고, 전문가가 동원되어 이를 정당화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의료민영화의 결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료민영화를 추구하는 것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경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서비스 산업’으로 이해하는 세력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공익성을 잃어버리고 오직 금융자본의 탐욕만 남아 있는 보험회사와 일부 돈벌이에 눈이 먼 병원, 그리고 이들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꾀해 보겠다고 하는 시장주의에 물든 보수정치인들이 주인공이다. 

이에 대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이용의 권리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기 위한 방향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펴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넓혀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고, 누구나 질좋고 믿을만한 공공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한국 의료의 미래는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게 될 것인가? 지금 우리는 그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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