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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o ergo sum

새벽에 꼭 햄버거를 먹어야 됩니까?

by 淸風明月 2010.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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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거닐다 보이는 햄버거 가게의 간판에는 "24"라는 큼지막한 숫자가 쓰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년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영업을 한다는 거다. 그 덕분인지 밤늦은 새벽녁까지 우리는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어차피 월세가 나가는 것 시설도 다 갖춰져 있겠다. 약간의 인건비와 전기세만 부담하면 영업시간의 증가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인력이야 시간당 3000원대의 알바생을 쓰면되니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당 약 3,000~3500원은 아르바이트라고 불리우는 시간제 노동자자가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최저 수준 정도이다.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 했을때 약 25,000원 정도가 되고, 한달을 쉬지 않고 일한다고 가정하면 약 75만원 정도가 되는 정도이다. 75만원을 가지고 한달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느냐 택도 없는 소리다. 이 금액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구하기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우리가 24시간 언제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것은 시급 약3,000~3,500원을 벌기 위해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밤을 지새우는 가난한 집 청소년들의 희생에 기댄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유독 24시간을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다. 이런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것은 햄버거 가게와 비슷한 초저임금의 '알바'를 고용하는데 있다. 주유소, 편의점, PC방등 비록 단순한 노동의 반복이라 해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많은 곳들이 시간제 노동자의 희생을 팔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살다보면 새벽에 편의점을 갈수도 있고 햄버거가 먹고 싶을 수 도 있다. 하지만 가끔씩 있는 그런 필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남들 다 쉬는 밤이 되면 가난한 집 아이들도 남들처럼 쉴 수 있는 권리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가급적 노동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쩔 수 없이 부득이하게 일을 해야 한다면 그들의 노동은 각별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들의 노동을 천대시한다. 이름있는 햄버거 브랜드가 굳이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을 밤새 일을 시카고 그 노동의 대가로 "애들 과자값"이나 될까한 임금을 지금한다는 것은 비도적인 일이 아닌가! 영업시간 연장이 곧 수익증대를 가져오는 상황에서 청소년 노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저 당연한 공자의 말씀정도에 불과 한것이다.  

생각을 바꿔 아예 법률을 정해 매장의 영업시간을 규제해서 밤샘영업이 불가능 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가? 이러면 아마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무슨 국시인것처럼 여겨지는 나라에서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가먹는 소리인가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따라가고 싶어 안달이 난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식으로 노동을 보호하고 청소년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률 체계를 가지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밤샘 노동에 내몰려야 하는 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 사실을 언제쯤 깨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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