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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o ergo sum

환자를 위한 ‘영리병원’은 없다.

by 淸風明月 201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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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비영리병원

‘영리법인 병원’과 ‘비영리법인 병원’을 말할 때 우선 개념을 잘 잡고 이해해야 한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혼란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선, 영리법인 병원이든, 비영리법인 병원이든 ‘수익활동’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비영리법인 병원도 수익활동을 한다. 아무리 비영리법인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을 발생해야 일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수 있으며, 기관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활동’을 기준으로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을 살피는 것은 옳지 않다.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을 이해하는 핵심은 어떤 자금이 투자되며, 발생한 이윤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있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비영리법인 병원의 경우 병원 외부에서 이윤을 쫓아 어슬렁거리는 자본은 투자될 수 없다. 또한 이윤이 발생하면, 외부로 흘러나가지 못하며 인건비, 시설투자, 장비투자 등 내부투자로만 사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법인병원은 모두 이와 같은 ‘비영리법인’이었다.

 

 

 

반면, 영리법인 병원은 주식시장에서 이윤을 찾아 떠도는 자금도 투자될 수 있다. 또한 이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에게 배당된다. 병원으로 재투자되는 의무가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영리병원(profit hospital)은 ‘투자자 소유의 병원(investor owned hospital)'이라고 정의된다. 환자를 위한 병원이 아니라 투자자의 이윤배당을 위해 운영되는 병원인 것이다.  

 

국민이 왜 동의해야 하나?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무엇이 좋을까?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다행히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자료가 있다. 정부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란 곳에서 영국의 학자들을 통해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의료의 질, 효율성, 효과성, 접근성, 형평성 등 ‘좋은 의료’를 평가하는 5개 지표에서 모두 영리병원이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영리병원은 국민 의료비 부담만 늘릴 뿐, 국민에게 좋은 병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에 대한 연구결과
※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요청에 따라  영국의 보건의료시스템 및 보건경제전문가인 Ms.Sherry Merkur (London School of Economics), Dr.Omer Saka(King’s college), Mr.Yevgeniy Samyshkin(ICL) 등에 의해 수행된 연구결과임

 의료의 질
1980년 이후 수행된 총 149개의 미국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간의 비교 연구 결과 미국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의료의 질’에 대한 비교연구 중 88%가 비영리병원이 우수하거나 차이가 없다는 결과 보고

 효율성
1980년 이후 수행된 총 149개의 미국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간의 비교 연구 결과 미국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 간의 ‘효율성’관련 비교 연구 중 77%가 비영리병원이 우수하거나 차이가 없다는 결과 보고

 효과성 (Silverman/Woolhandler & Himmelstein의 연구, Gorecki의 연구 등)
영리병원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거시경제적으로 볼 때 제한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됨

 형평성과 접근성 (1987~1988년도의 미국 정신병원 접근성에 대한 연구 등)
영리병원의 높은 본인부담금은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서비스이용의 장벽이 되고 있으며 부유층 납세자들에게는 공공의료시스템으로의 세금 투입에 대한 저항을 야기함.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진행된 병원 평가 결과에서도 20위 안에 영리병원은 단 한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미 영리병원이 10% 이상인 미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보더라도 영리병원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다는 것이 ‘거짓’임은 드러난다.

 

 


영리병원은 국민의료비 부담 늘리고 건강보험 파괴할 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리병원은 국민의 입장에서 수용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렇다고 국민경제에 좋고, 병원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영리병원 도입 없이도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등과 같이 의료의 질이 좋은 훌륭한 병원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고작해야 외국에도 10% 수준의 영리병원이 있다, 의료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니 우리나라도 영리병원 도입하자는 정도의 논리 밖에 남지 않는다. 영리병원은 우리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더욱 높일 것이다. 영리병원은 주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배당하기 위하여 고급서비스와 상업화된 의료서비스를 더욱 개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와 같이 건강보험의 비급여가 많이 남아 있고, 병원들이 상업성이 강한 상황에서 비영리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영리병원의 모습을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민 전체가 더 비싸진 의료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더군다나 영리병원이 향후 민간의료보험과의 관계로 나아가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이 약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영리병원을 찬성해야 하는가? 정부는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이런 정책을 왜 추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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