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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안함·연평도…평화 뒤흔든 포성에 대한민국 ‘아찔’
3월26일 밤 백령도 남서쪽 바다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1200t)이 침몰해 해군 장병 46명이 숨졌다. 정부는 5월20일 사고 원인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이라고 발표했고, 5월24일 개성공단을 뺀 남북 교류협력을 전면 중단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 선언’ 발표 이래 22년간 지속·발전해온 남북협력관계가 사실상 끊겼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명박 정부가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흡한 상태에서 천안함 사고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과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천안함 조사 결과의 허점에 대해 두루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거나 ‘친북 좌파의 북한 옹호 움직임’으로 매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폭침’ 후속 대책으로 서해와 동해를 오가며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 등이 참여한 대북 무력시위성 해상훈련을 중국과 북한의 반발 속에 계속했다.
11월23일 오후 연평도 해병대의 K-9 자주포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연평도에 포 공격을 해서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천안함 때 문제가 됐던 허술한 정보 판단, 굼뜬 초기 대응, 우왕좌왕하는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 등이 연평도 피격 대처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이명박 정부는 한해 동안 국군 장병 48명이 ‘전사’한 전례없는 안보위기를 맞았지만 체계적인 위기관리대책 마련은 제쳐두고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전쟁을 막을 수가 없다”거나 “가차없는 대응” 같은 ‘말폭탄’만 쏘아댔다.
2. 북한 3대세습 공식화…김정은 전면등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9월28일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 당대표자회에 하루 앞선 27일엔 인민군 대장 칭호가 김정은에게 수여됐다. 이로써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구도가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 봉건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후 김정은 부위원장은 아버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잇따라 수행하며 권력 장악력을 높이려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인 2012년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7차 당대회에서 김 부위원장의 후계체제 완성이 선언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0여년이 걸린 아버지 때와 다른 가파른 3대 후계체제 구축은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 때문으로 관측된다.
3. 지방선거 ‘야권연대의 힘’…지방권력 교체
6·2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자신했던 한나라당은 ‘참패’의 충격에 휩싸였고, 민주당 등 야당은 지방권력 교체를 가져다준 ‘야권연대의 힘’에 놀랐다. 한나라당은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서울·경기 등 6곳만 이겼고, 228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82곳만 건졌다. 야권은 인천·충남·강원·경남 등 전통적 야당열세지역의 광역단체장 선거 승리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단일후보를 내세운 인천지역 구청장 8명이 모두 당선되는 등 야권연대 효과를 실감했다. 특히 교육감 선거와 같이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무상급식 등 진보적 복지정책이 선거 주요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일괄사퇴했고, 야권에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4. MB인사 줄줄이 낙마…‘공정사회’ 빈축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보여준 ‘인사 실패’를 올해도 뚜렷하게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8·8 개각에서 ‘40대 총리’를 내걸어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지만,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과 인사청문회에서의 거짓말로 자진사퇴했다. 위장전입과 쪽방촌 투기 등 의혹을 산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함께 사퇴했다. 곧이어 딸의 특채 인사 파문으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옷을 벗었다.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한 뒤 벌어진 인사파동에 대해 국민들은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 굉장한 사회”라고 꼬집었다.
5. 불법사찰·대포폰 파문…‘몸통’은 미궁
지난 6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를 불법사찰한 사실이 공개됐다. 검찰 수사가 미적거리는 사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기록된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내용을 깡그리 삭제했다. 검찰은 하수인만 몇명 처벌했을 뿐 ‘몸통’은 밝히지 못했다. 하지만 다섯달 만에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수첩’을 국회에서 공개하면서 불법사찰의 불씨를 되살렸다. 수첩 속 메모에서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는 증거인멸에 ‘청와대 대포폰’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 의혹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조사한 것”이라며 재수사를 외면하고 있다.
6. 대기업-영세상인 ‘SSM 골목상권 갈등’
기업형슈퍼(SSM)를 앞세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면서 동네슈퍼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은 한해였다. 마지막 방어수단이었던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들이 이를 피해 직영점 대신에 가맹점 슈퍼를 내고, ‘몰래 개점’ ‘기습 개점’으로 대응하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러다 보니 골목상권 현장에서는 중소상인들의 방화 시위와 밤샘 보초서기 등 격렬한 갈등이 빚어졌다. 국회에서는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으로 명시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과 전통시장 인근 기업형슈퍼 개점을 제어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오랜 진통을 겪다가 지난 11월에야 통과됐다. 이밖에도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통큰치킨’ 등 대기업의 자영업자 업종 진출에 따른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7. 4대강 집착이 불러온 ‘예산안 날치기’
12월8일 한나라당은 야당 의원들을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끌어내리고 단독으로 309조567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 및 기금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이 예산안 심의를 중단하고 강행처리로 돌아선 것은 4대강 예산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내년도 4대강 예산은 수자원공사의 사업비를 포함해 9조6000억원이 될 것으로 야당은 추정했다. 4대강 예산의 70% 삭감을 내세웠던 민주당 등 야당은 몸으로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이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곳곳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날치기 통과된 예산에서 결식아동 급식비 등 많은 복지예산은 사라졌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등 여권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은 대폭 늘었다. 날치기에 대한 여론이 차갑자, 여당 소장파 의원 22명이 ‘거수기 노릇 거부’ 선언을 하기도 했다.
8. 인문서 이례적 돌풍…독자들 ‘정의’ 탐닉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로 시작하고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마감했다. 2010년 한국 출판계 사정을 압축·요약하는 말이다. 그 중심 화두는 ‘정의’였다. 5월 중순에 출간돼 12월 중순까지 63만부 이상 팔린 <정의란…>, 10월 말에 출시돼 40일 만에 출고부수 20만부를 돌파하고 연말 서점가 종합판매 1위 행진을 계속한 <그들이…>. 죽었다던 인문서 독서시장의 부활을 알린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 이들 책 판매 돌풍은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 의식 저변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낳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표출된 우리 사회 가진 자들의 부패와 부도덕에 분노하고, 약육강식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에 지친 대중은 우리 사회 존재방식에 근본적 의문을 표시했다.
9. 한-미FTA 재협상 타결…‘퍼주기’ 비판
2007년 6월30일 양국 대표가 공식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요구로 일부 내용이 바뀌는 재협상을 통해 지난 12월3일 타결됐다. 6월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로 시작된 재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애초 태도를 뒤집어 미국 요구대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2.5%)를 ‘즉시 철폐’에서 ‘4년간 유지’로 바꾸었다. 또 자동차 특별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를 도입하고 한국의 자동차 안전·환경기준도 미국산 자동차에 완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산 돼지고기의 국내 관세(25%) 폐지 시기를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기하는 등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일방적으로 양보한 퍼주기 협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10. 그랜드슬램 김연아 ‘피겨여제’ 등극
2010년 2월26일, 겨울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의 은반 위로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바장조> 선율과 함께 날아오른 김연아는 단 한차례 실수도 없이 사뿐히 내려앉은 뒤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렸다.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던 국민들의 눈시울도 함께 젖었다. 결과는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 사상 최고점인 150.8점, 도합 228.56점의 세계신기록 금메달. 그랑프리파이널, 4대륙선수권,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 정상을 정복하는 대기록을 세운 김연아는 2010년 한해 명실상부한 ‘피겨 여왕’으로 등극했다. 8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하며 책임 공방을 벌여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지만, 10월 새 코치로 피터 오퍼가드를 선임하고 새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왕의 귀환을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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