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허탈하게 웃긴 올해의 이명박 대통령 발언 10선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히 웃어라”
1.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어록은 최근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의 발언이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2010년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 말을 꼽았다. 해당 발언은 연평도 포격 사태 직후인 12월9일에 나왔다. 당시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쿠알라룸푸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동포 150여 명과 간담회를 열고 “이제는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이 잘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며 “이런 것을 보면서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상식을 느닷없이 배반하는 발언으로 순식간에 상황을 반전시키는 능력, 이 대통령의 특징이다. 노회찬 전 대표는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는 발언을 들으며 ‘대통령은 국민과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대통령 혼자 국민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2. “국론이 분열될 때 북한이 우리를 넘본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국문학)가 ‘MB식 수사’의 전형으로 꼽은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12월20일 청와대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며 “북한이 우리를 넘보는 것은 국론이 분열됐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론통일’ ‘총화단결’ 등 지난 10년간 충분히 빛바랜 줄 알았던 구호가 이명박 정권에서는 낯설지 않다. 그의 발언 직후 우리 군은 논란을 무릅쓰고 연평도 포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실정(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반대 행위를 전쟁의 원인으로 호도하려는 전형적인 안보 이데올로기형 발언”이라고 말했다.
3.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더 큰 화를 부른다.”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평화로울 때는 아들이 아버지를, 전쟁 때는 아버지가 아들을 묻기 때문이다.’ 기원전 600년께 소아시아 리디아 왕국의 군주였던 크로이소스의 말로 최근 트위터에 가장 많이 오른 문장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11월29일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같은 역사에서 다른 교훈을 발견한다. 이 대통령만의 특징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만약 12월20일 연평도 포사격 훈련 당시 우리 군인이 숨지기라도 했다면, 그 죽음은 ‘조국을 위한 숭고한 희생’과 ‘남북의 극소수 대결주의자가 내몬 개죽음’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4. “나도 한때” 시리즈
이명박 대통령의 ‘나도 한때’ 시리즈는 2010년에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나도 한때 민주화운동~” “나도 한때 환경미화원~” “나도 한때 비정규직~” “나도 한때 노점상~” 등 ‘나도 한때’ 시리즈를 연속으로 히트시킨 이 대통령은 올해 천안함 사태 직후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라며 천안함 침몰이 사고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가 불거지자 “나도 2주에 한 번 치킨을 먹는데 비싸다고 생각한다”며 논란을 거들었다. ‘나도 한때’ 시리즈는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5. “내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명박 대통령이 일반인과는 다른 국어사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발언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11월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언급한 ‘레임덕 관련 발언’을 2010년 가장 황당한 발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말했다. “뭐 레임덕(권력누수)이 어떻고 하는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사람이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요. 나는 그걸 잘 이해를 못해요. 그건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시대의 이야기죠. 권력을 안 휘두르는데 무슨 레임덕이 있어요. 힘 가지고 하는 사람이 힘이 빠지는 거지, 일하는 사람은 갈수록 더 힘을 내는 거죠.” 미네르바, 〈PD수첩〉 관계자,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등이 들으면 힘이 빠질 이야기다. 참고로 리영희 선생은 지난해 이명박 정권이 이미 ‘파시즘 초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6. “등록금 너무 싸면 대학 교육 질이 떨어진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이 꼽은 ‘올해의 MB 어록’이다. 이 대통령은 2010년 2월2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해 “등록금이 비싸다”는 이화여대 학생의 질문에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 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 너무 싸면 국가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7. “(이번 예산)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다.”
‘MB 어록’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지만, 이 발언은 특히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0년 말 정국을 급랭시킨 예산안 강행 처리 논란에 대해 여권 일부마저 역풍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오히려 “(야당의 공세에) 당당하게 설명하라”고 말했다. 하승창 씽크카페 코디네이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 ‘2010년 MB 발언’으로 꼽았다.
8. “이주여성을 며느리같이 생각하겠다.”
2010년 7월26일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듣다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사연을 언급하며 “세계인들이 ‘코리안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의 나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그의 과거 발언을 떠올리면 속뜻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체류자들이 활개치고 다니게 하지 마라.” 2008년 초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이 이어졌다.
9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히 먹어라.”
9월22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수해지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수해를 당한 주부에게 “기왕 이렇게 된 거니까 마음을 편안하게 먹어요”라고 위로했다. 이에 주부는 “편안하게 먹을 수가 있어야죠”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트위터와 연계된 여론조사 사이트 트윗폴이 진행한 ‘2010 최악의 개드립’ 6위에 오른 발언이기도 하다.
10. “(청와대 식단에) 양배추김치 올려라.”
남성 월간지 〈GQ〉가 올해의 실언으로 꼽은 발언이다. 9월30일 이 대통령의 말이다. 배춧값이 폭등하자 그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몸소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먹겠다고 했다. 9월30일 기준으로 배추는 포기당 8900원, 양배추는 9480원이었다고 한다.
< 출처: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8737.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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