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면서 좀 더 살맛나는 세상이 올거라는 기대는 한 줌 재가 되어 버립니다. 홍익대 비정규직 미화원/경비원 노동자 140여명은 학교측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어 이3일부터 홍익대 문헌관 6층 총장실 앞에서 무기한 점거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분들이 해고된 이유는 지난해 12월 31일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완료되고, 대학 측에서 요구하는 기존 용역비(최저임금에 못미침.) 단가를 요구하며 3개월간의 연장계약을 요구하였고, 이에 단가를 못맞춘 용역업체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무더기 계약해지가 이루어 진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어쩔 수없는 상황이라면서 공식적인 대답은 피하고, 미화원/경비원 노동자들은 엄동설한의 겨울날 여전히 농성중이다.
이들이 받은 월급은 기본급 약 75만원. 지난해 10월로 된 월급 지급 명세서에 따르면, 기본급은 75만2천130원, 연장수당 6만3천705원으로 총합계 금액은 81만5천835원이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을 뺀 실지급액은 75만2천995원이었다. 세전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하루 10시간의 강도높은 근무를 하지만 일당은 고작 23,000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다. 이 금액은 식대 9,000원이 포함된 가격이다. 한달 식대 9,000원 하루 300원의 식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300원 가지고 껌 한통도 못사는 요즘이다. -_-;;;) 이런 불합리한 처우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기에 이르고 학교측은 계약해지라는 방법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해고의 칼을 들이 댄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점거농성에 들어가게 된것이다.
이에 학교측과 총학생회는 노동자들의 농성을 '외부세력'에 의한 점거농성이라고 규정하고 학업 및 업무방해라며 비판하였고, 거기에 더 나아가 총학생회측에서 노동자들이 항의 시위를 하는 곳에 까지 찾아와 "공부에 방해가 되니 농성을 중단해달라" 달라는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등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부에 방해되니 집회를 중단해 달라~~!!" 홍익대 학생회장이 농성장에 찾아가 한 말이라고 한다. 물론 학생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인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총학생회측의 이런 발언들과 그들이 취해온 태도는 상당히 불쾌하기 짝이 없다. 홍대 총학생회 측은 이번 해고사태에 대해 - 대학 측 편에 서서 - 해고는 정당하며 오히려 노동자 분들이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며 비난하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또 일부 학생들은 노동자 분들의 집회 현장에 난입하여 "시끄럽다"며 항의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첫번째 성명서>
안녕하세요.
제45대 총학생회장 김용하입니다.
청소노동자 문제와 관련하여 총학생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생회의 요청으로 23일 오후 3시에 열린 설명회에서, 학교 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였습니다.
첫째로, 학교는 최저임금제에 대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둘째로, 학교는 용역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최저입찰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또한 24일 공공노조와 청소노동자분들을 만나 입장을 들었습니다. 노조관계자 또한 '학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현재 다락방 학생들과 공공노조에서 제기한 ‘학교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최저입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하여 청소노동자 복지문제에 소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또, 이렇게 외부 정치 세력과 결탁, 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기재하여 여론을 조성하고 언론을 선동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학교 이미지를 실추 시킬 수 있으며,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저희 총학생회는 교내 청소노동자 분들이 자신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힘쓴다면, 학교 학생들의 환경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여, 저희 총학생회는 홍익대학교 학생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언론에 비춰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마치 홍익대학교 모든 학생들의 입장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점을 다락방 학생들이 미처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상당히 유감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현명한 방법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45대 총학생회장 김용하
http://hongika.com/xe/notice/30582
<두번째 성명서>
안녕하세요. 제 45대 총학생회장입니다.
청소노동자문제와 관련하여 현재까지의 상황과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현재까지의 상황입니다.12월 초 청소노동자 노조가 결성되었습니다.
12월 3일자로 학교는 두 회사(향우, 인광)에게 도급계약 만료 통보를 하였습니다.
(계약의 기간은 2009.1부터 2010.12 말일까지입니다.)
통보내용은
2009.1에 본교와 체결한 도급계약이 2010.12.31자로 만료됨을 통보하며, 후속용역업체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정할 계획이며, 업무 공백이 없도록 후속업체가 선정될 때까지 귀사와 약 3개월간 계약을 연장코자 하오니 2010.12.9까지 귀사의 의견을 제출바란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의 내용 중 '후속용역업체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라고 한 이유는 법적으로 마련한 제도를 통해 비리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후에 12.9일자로 두 회사로부터 회신이 왔습니다.
회신내용은
3개월 연장계약은 학교 측 의견을 수용하며, 2010년 대비 2011년 최저시급 인상분(5.1%)를 고려하고, 더불어 연장계약 기간 중 2011년 임금협약에 따른 임금인상분은 학교에서 소급지급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학교는 2010년 대비 2011년 최저시급인상분(5.1%)고려는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2011년 임금협약에 따른 임금인상분은 아직 얼마가 인상되는지 나와 있지도 않은 상태였고 그것이 얼마만큼의 인상폭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따를 수 없다고 하였고, 임금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후에 용역회사와 노조 측에서 제시한 임금협상안이 12월 28일자로 나오게 됩니다.
회사가 제시한 임금협상안은
가. 최저임금 전년대비 5.1% 인상 (학교도 인정한 부분입니다.) - 4320원
나. 연장계약 만료이후 2011년 임금단체 협약체결조건으로 연장기간의 용역금액 인상분을 소급 적용
1. 근로자가 요구하는 최저생활임금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입니다.)
-미화 : 5180원 경비시급 4660원
2. 시설관리직 기본급 인상 (월26만원)
3. 각종수당인상
-점심식대 월88,000원, 명절상여금 : 기본금의 50% (설, 추석 각각)
4. 용역관리를 위한 제 경비(일반관리비 및 이윤)
다. 연장계약 3개월 이후에도 근로자 전원을 고용승계 바람
이 내용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계산해보면 현재보다 약 70%인상된 부분이므로, 학교는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다’에 연장계약 3개월 이후에도 근로자 전원을 고용승계 바란다는 내용을 미루어볼 때 단기적인 3개월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위와 같은 임금으로 계약을 하자는 내용이기에 70% 인상된 이 내용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학교는도급 금액은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감에 있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금액(5.1%)은 인정을 하며, 2011년도 최종 도급액은 주위 대학의 용역비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 임금상승률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협상한 금액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또한 계약기간을 3개월이 아닌 1년으로 연장하자고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회사, 노조 측에서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계속된 양측의 협상 끝에 1월 1일 16시부로 협상이 결렬되었고, 1월 2일부터 학교 전 직원이 비상근무체제로 경비실을 지키고 있으며 1월 3일부터 청소 또한 긴급체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위의 상황이 현재까지의 진행사항이며 모든 사실에 입각하여 설명한 것입니다.
혹시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주저 말고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 현재까지 상황
현재까지 총학생회의 행동 절차와 앞으로의 입장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2월 초, 처음 대자보를 보고 여러 전단지를 보았을 때, 이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단과대학 회장단 및 총여학생회장, 동연회장)에서 검토하고 회의한 결과
대자보 외 여러 전단지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학교 측과 노조 측의 설명을 들어보자고 하였습니다.
이후 학교에 설명회와 근거자료들을 요구하였고 설명회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중운위들과 학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가량의 설명과 1시간가량의 질문을 했고, 그 안에서 많은 질문들이 오고 갔으며
그 안에서 들은 답변으로는 학교는 최저임금제를 지키고 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노조 측에 연락을 하여 노조 대표들과 학교 청소노동자 분들이 모인가운데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자보 및 전단지 사실관계에 대하여 질문을 했으며,
”학교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한다는 자료는 있냐”라는 질문에
“현재 최저임금제가 안 지켜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라는 답변과
또한 노조는
“최저임금에 관련한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학교 측은 잘못이 없다.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본다.”라고 했습니다.
위의 여러 사실들을 미루어보아 중운위는
....................(중 략 : 링크 참조).............................................
이게 홍익대 총학생회의 성명서이다. 이 성명서만 보아도 이들이 일방방적으로 학교입장만을 옹호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나름 우린 중립을 유지하며 사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하려고 하는것 같으나, 노조관계자의 입장도 들었다고는 하지만 학교 쪽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인용한 '학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 말고는 해고 노동자들의 그 어떤 입장도 고려되어 있지 않다는 점. 성명서도 파업때가 되면 정부에서 발표하는 '담화문'과 다를바 없는것이 꼭 강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다.
이런 그들에게 많은 비판과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싶지 않다. 스펙쌓기와 취업경쟁 속에서 상대를 짓밝고 일어서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건 다름아닌 우리들이 아니던가? 그것을 너무나 잘따라준 그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홍익대 총학생회의 성명서와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그들에게 노동의 존엄성을, 더불어 왜 노조가 필요한지, 왜 기본권을 존중해야 하는지, 왜 사회적 약자를 그저 3자 입장에서 쳐다 볼것이 아니라 그들을 배려하고 그들과 연대해야하는 가르쳐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그들이 이렇게 된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들 기성세대의 욕심 때문인지 모른다. 그들에게 불의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고, 노동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을 천대시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천대시 하는 모습을 우리는 그들에게 수도 없이 보여 주었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 행동들은 우리 모습의 반영인지 모른다.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유로움 속에 패기와 열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패기와 열정이 진리와 정의, 연대, 공감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당연한 가치로 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기성체제를 의심없이 수용하기 보다는 뒤집어보고 부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에게 야단칠것은 따끔하게 야단치고,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면서 부정을 통해 긍정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노동의 존엄성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연대를 조금씩 하나 하나 그들이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학교 노동자들을 대하는 학생들의 ‘극과 극’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7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은 하버드대생들이 지난 2007년 경비노동자들을 위해 9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스프를 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스프를 먹으려는 한 여학생의 표정이 매우 절절해 보인다. 당시 하버드 교수들도 이 파업에 동참했고, 하버드 출신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도 파업현장에서 지지연설을 하는 등 ‘행동하는 지성’의 전형적이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1월6일 홍익대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는 현장에 홍익대생들이 난입해 ‘시끄럽다’며 항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기사 출처: 한겨레 신문>
그들을 이렇게 만든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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