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감각과 세련된 감성으로 광고사진 분야를 개척한 스타이켄은 사실 「인간가족전 The Family of Man」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제2차대전이 끝나고 스타인켄에게 뉴욕 현대미술관의 사진부장일이 주어졌는데 이때 현대미술관의 25주년 기념행사로 마련된 자리가 바로 그 유명한「인간가족전」이다. 끔찍했던 세계제2차대전이 끝나고 전쟁에 관한 사진 전람회를 몇차례 개최한 일이 있었으나 별로 큰 성과를 얻지내지 못했다.
전쟁사진 전시회들의 잇단 실패로 인해서 그 원인을 분석한결과 그동안 세계대전을 두차례나 겪으면서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참혹함이 떠올라 기억저편으로라도 떠오르지 않고 잊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된 전쟁사진들은 끔찍히 보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전쟁방지 의식이 커지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전쟁이라는 말조차 끔찍했던 시대였고 인간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팽배했던 시기였기에 이것을 빨리 인식하고 인간에게 가장 귀중한 생명, 사랑, 평화를 사진으로 보여주고져 결심하고 사진전을 준비하였다.
스타이켄의 총책임하에 기획과 편집일이 맡겨진「인간가족전」은 2년 정도에 걸쳐 준비과정에서 전세계의 남녀, 아마추어, 프로, 유명사진가, 무명사진가를 막론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진을 평가하여 200만장의 사진을 모아서 검사했다. 이 가운데 68개국의 사진가 273명의 사진 503장을 골랐다. 「인간가족전」의 가장 핵심은 세계각지의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도 모든 인간은 한 가족이라는 이념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드디어 1955년 1월 26일을 기점으로 개막되어 5월 8일까지 4개월에 걸쳐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인간이 태어나고 교육을 받고 결혼을 하고 살다가 늙어서 죽는 인간사의 반복을 「인간가족전」은 영상언어로 보여준 것이 성공의 열쇠였던 것이다.
이 전시회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순회전시회를 가질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1957년 경복궁 미술관에서 전시된바 있다. 현대사진에 있어서 「인간가족전」은 너무 큰 영향을 끼쳤고 또한 스타이켄 개인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므로 「인간가족전」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 40개의 작은 테마에 따라서 나뉘어진 「인간가족전」은 우주창조, 사랑, 결혼, 출산, 육아의 순서로 발전하여, 인간과 환경과의 화해와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밖에도 다양한 인간생활의 단면과 아울러 질병과 죽음의 과정을 보여준다. 평범한 인간사가 여기에서 끝나는 것 같지만 다시 고독, 종교, 전쟁, 굶주림 등을 표현하고 다음으로 수소폭탄의 폭발이 가져다 주는 엄청난 두려움을 강조면서 국제연합총회의 장면이 뒤를 잇는다.
그 다음 테마는 세계 각국 부부들의 기념사진이 반복적으로 중첩시켜 나타내고, 가장 끝으로는 유진스미스가 세계제이차대전시 부상을 딛고 일어나 처음 촬영한 <낙원뜰에 이르는 길 A Walk to Paradise Garden> 작품을 통해서 두 아이가 숲을 빠져나가 미래의 길로 향한다는 느낌을 주는 미래지향적인 사진으로 대막을 장식한다. 1950년대의 미국 현대사진은 3갈래길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는 로버트 프랭크와 윌리엄클라인의 다큐멘터리 사진이고 두번째는 스타이켄이 기획한 집단 제작형식의 「인간가족전」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마이너 화이트 중심의 「아마츄어 Aperture」를 통한 사진운동이다.
로버트 프랭크나, 마이너 화이트등이 참여한 사진의 방향은 새로운 의식에서 출반된 것이지만 스타이켄에 의해서 주도된 「인간가족전」은 제작형식에 있어서 영상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인간가족전」의 전시방법은 「라이프」나 「루크」지 등을 통해서 평면적으로 엮은 영상언어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즉 예전의 일상적인 전시회처럼 벽에 걸어서 전시하던 방법을 한단계 응용하여 그래프 잡지들처럼 지면을 통한 영상적 문맥의 전개방법을 써서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이 방법은 새로 시도된 전시방법으로서 색다른 묘미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후에「인간가족전」은 책으로도 출판되었는데 전시공간에서 보여주었던 감동만큼은 느낄게 할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입체적 효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엿보인다. 이처럼 시각적인 효과를 계산해서 독창적인 전시를 모색한 「인간가족전」은 전시장의 벽면뿐 아니라 천정과 지면에까지 다량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이 사진전을 구경하러 간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동굴을 지나가듯한 느낌의 영상적 입체공간을 느끼도록 하였다.
「인간가족전」는 스타이켄 한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개인 사진전이 아니었다. 이는 집단제작의 형식을 띄는 독특한 형태의 전시회로 참여한 사람들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서 부터 시작하여 무명의 아마추어까지 다양하였다. 다만 스타이켄이 이전시의 기획을 맡고 총책임자 역할을 했을 뿐이다. 전시장의 설계는 건축가 폴 루돌프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40개의 작은 테마별 전체의 서시는 시인 칼 샌드버그가 책임을 맡았다. 또한 사진의 중간마다 역사상 유명인의 명언이나 신화나 성서의 문구등을 삽입하여 또하나의 효과를 노린 사람은 도로디 놀맨 여사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이 동원되어 오랜시간에 걸친 노력끝에 공동제작된 전시회가 「인간가족전」이다.
< 약 력 >
1879년 룩셈부르크 태생
1881년 미국으로 이민
1899년 필라델피아 사진살롱에 작품을 처음 출품
1990년~92년 그림공부위해 파리로 감
1905년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도와 '291화랑' 설립
1908년 화가 생활 청산하고 사진에 몰입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인간가족전」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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