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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and Society Archive

NGO 배우기 - 시민과 시민사회

by 淸風明月 202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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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시민과 시민사회 

 

강사 : 이홍균(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교수)

 

이 번 강의에서는 시민 개념을 정의하고 20세기말부터 본격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한 시민과 시민 사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의미를 밝혀 보고자 한다.

이론적으로 21세기는 시민과 시민 사회의 르네상스 시대로 불리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현대 사회학 이론가들에게 시민과 시민 사회는 근대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경험적으로 한국에서는 1989년 경제정의실천연합의 탄생이후 다양하고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등장하여 매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시민과 시민 사회에 대한 엄밀한 개념 정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 글은 시민과 시민 사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이론 형성을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시민의 정의와 역사

시민과 시민 사회를 이론화하고 있는 매우 많은 사회학, 정치학자들의 이론이 있지만, 이 강의에서는 한나 아렌트와 알렌 뚜렌 두 학자의 이론에 의거하여 시민 개념을 정의하고자 한다. 한나 아렌트의 이론을 원용하자면 시민은 사(私)적인 것과 공(公)적인 것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정의할 수 있고, 알렌 뚜렌의 이론을 원용하자면 시민은 자아를 형성하는 두 부분 - 객관적 자아와 주관적 자아 가운데 객관적 자아에 영향을 미친 사회의 영향 가운데 사회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사회 구성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시민의 개념은 서구에서 17-18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부르조아지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1688년 영국의 명예 혁명과 1789년 불란서 혁명을 시민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시민 혁명의 주체가 상·공업자들인 부르조아지들이라는 것이 그 예이다. 서구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를 시민 사회의 모델로 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폴리스가 아니라 부르조아지를 시민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폴리스에서의 시민과는 달리 부르조아지는 신분제 뿐 아니라 봉건적 정치 제도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사회 구성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민과 시민 사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는 부르조아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와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부르조아지가 봉건제적 사회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 사(私)적 이익 추구의 과정이었다면,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시민과 시민 사회는 그 사적 이익 추구 과정에서 야기된 공공 영역의 파괴를 막거나 복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서구의 상공업자들 - 부르조아지에게 사회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면, 그것은 사익 추구를 가로막는 봉건제 질서였다.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도량형, 무역 장벽 등은 상공업자들에게

거래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였고 상공업자들이 원하는 거래 비용의 축소는 자유 시장의 탄생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었다. 자유 시장과 봉건제도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긴장과 갈등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봉건 제도는 상공업자들의 성장을 억누르지 못하였고 1688년 영국의 명예 혁명과 1789년 프랑스 혁명에 의하여 무너졌고 그와 더불어 신분제도 철폐되었다.

봉건제의 몰락은 자유 시장과 근대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시장은 물질적인 부의 증대를 가져왔고 근대 국가는 법치와 의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정치적 자유의 증대를 가져 왔다. 봉건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치적·경제적 자유와 평등이 구현되었고 사회 전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물질적인 부가 증대하게 되었다. '짐이 곧 법'이었던 봉건 영주의 자의적이고 가시적인 권력 행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법 앞에 평등'이라는 의회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근대성의 위기, 공공영역의 파괴

자유 시장과 근대 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근대 사회는 봉건 사회 보다 진일보한 사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근대 사회는 시장 자유주의자들이나 의회 민주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무 문제가 없는 사회는 아니었다. 거꾸로 근대성은 공공 영역의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시장은 시장이 제공하는 물질적인 부에 상응하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고 또한 국가는 시장이 양산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과 시민 사회 출현의 필연성은 시장에 의한 공공 영역의 파괴와 국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의 한계에서 도출된다. 시장과 국가에 기초하고 있는 근대성에 의해서는 공공 영역의 필요성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 영역의 존재 없이 인간과 사회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여기에서 시장과 국가에 의한 공공 영역의 파괴를 논증하기 이전에 공공 영역의 필연성을 먼저 밝혀 보려 한다. 물과 공기 등과 같은 자연재도 공공재이고, 도로와 상수도 시설과 같은 사회 간접 자본도 공공재이고, 규범과 법과 같이 인간 관계를 정하는 것은 공공 영역에 속한다. 인간과 사회는 공공 영역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가? 물과 공기, 도로와 상수도, 규범과 법 없이 살 수 있는가?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도로와 상수도가 믿을 수 없고 규범과 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살 수 있는가?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장과 국가는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은 사회 구성원들에 의하여 작동되고 있고 국가 역시 사회 구성원들에 의하여, 그것이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간에, 지지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도로와 상수도가 믿을 수 없다면 그것도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고 규범과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도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둘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는 공공 영역이 존재하고 그 공공 영역의 존재 없이 둘 이상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듯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도 공공 영역의 존재 없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자연이라는 공공 영역의 존재 없이 사회도 가능할 수 없다. 인위적인 공간인 사회는 자연적인 공간의 뒷받침에 의해서 가능할 수 있고 자연적인 공간을 인위적으로 창조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사회 조직 원리는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한 개인의 이기심과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원리이고 그 원리에 의하여 시장과 국가가 작동되고 있다. 사(私)가 공(公)에 비하여 강조되는 원리이다. 사회 구성원들은 그 원리에 충실하게 행동하게 되고 그것은 공공 영역을 무관심의 영역으로 만들고 있다. 사(私)와 공(公) 사이에 조화와 균형이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질서 사이의 긴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私)와 공(公)사이의 조화와 균형이 깨어지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사회에 의한 객관적 자아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기심을 추구하게 되는 이유를 고전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알렌 뚜렌의 이론에 따라 사회의 영향이라고 보면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사회 구성원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이유를 더 이상 인간의 본성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근대성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친 사회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근대성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근대성의 부정적인 영향이 사회 구성원들의 객관적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 자아와 주관적 자아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아(Self)는 객관적 자아와 주관적 자아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객관적 자아(Me)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사회의 영향에 의하여 형성된 나이고 주관적 자아(I)는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개인의 고유한 부분이다.

근대성의 조직 원리에 의한 객관적 자아에 대한 영향은 사회 구성원들을 이기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사익과 공익의 부조화와 불일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나 아렌트의 사익과 공익의 문제와 알렌 뚜렌의 객관적 자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영향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공공 영역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근대성의 위기이고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 조직화의 표현 - 시민사회단체

현대 사회에서 시민과 시민 사회는 현대 사회가 사회 구성원들의 객관적 자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사회 구성원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 벗어난 정도가 작은 범위에서부터 넓은 범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과 시민 사회는 근대 사회의 부정적인 영향을 의식할 수 있음으로써 형성되기 시작하고, 그 근대 사회가 무한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음으로써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그 시민과 시민 사회의 형성을 기반으로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시민과 시민 사회가 조직화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민과 시민 사회 형성 이전에 시민사회단체가 조직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한국이나 동남 아시아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시민과 시민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민과 시민 사회의 형성은 사회 구성원들과 근대성의 위기 사이의 갭이 근대성의 위기를 진단하는 사회과학적 지식을 매개로 메워짐으로써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지에 의해서도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자 하는 내용은 시민과 시민 사회는 시장과 국가에 의한 문제 해결 능력의 한계와 연관하여서만 출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가 사회 구성원들의 객관적 자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시민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소수 인종, 언론, 인권, 노인, 교육 등 각종 사회 문제와 연관된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특정한 집단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지금까지 말한 시민사회단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공공 영역의 파괴의 문제와의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그 공공 영역을 부활 내지 복원시키려는 노력이 뒷받침되는 시민사회단체만이 정치학, 사회학적 의미에서 시민사회단체로 분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 문헌>

한나 아렌트(1996) <인간의 조건>, 한길사
알렝 뚜렌(1995) <현대성 비판, 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문예출판사
칼 폴라니(1997) <거대한 변환>, 민음사
앙드레 모로아(1997) <영국사>, 기린원

<토론 주제>

1. 시민이란 무엇인가
2. 지속가능성의 의미란 무엇인가
3. 객관적 자아와 사적 이익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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