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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o ergo sum

Oh~~ my English~~!!

by 淸風明月 201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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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도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게 하나 있다. 바로 영어다. 직장에서 해외영업을 하지도 않는데, 인사고과에 승진에 필요하다고 영어를 공부한다.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려 해도 영어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니지만 그다지 능률이 오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승진이나 이직을 해서 좀 더 나은 연봉을 받으려면 영어를 해야 한다. 미국도 아닌 한국인데도...

학교를 졸업한 직장인인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이럴지인데 학생들은 영어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오죽할까? 어떤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어버리는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은 영어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다. 다른것 다 필요가 없다. 인간성이 안좋아도 책을 전혀 읽지 않아 교양이 없어도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고 말하지 못해도 영어 하나만 잘하면 아니 좀더 정확하게 짚어내자면 영어 성적이 좋다면 모든 것이 용서가되는 황당한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 어찌됐든 당락을 결정하는데 있어 영어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몇해전에는 영어 발음을 좋게 한다며 애들 혀수술을 시키는게 유행을 하지 않았나. 실제로 전혀 효과가 없는 수술인데 영어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에 어린 애들의 혀에 칼을 대는 부모들이 있었다. 지자체들은 앞을 다투어 영어마을을 만들겠다고 목소리 높이지 않았는가? 하긴 지금 이명박 정부 역시 출범 당시 '오-륀지'이야기를 하며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겠다고 설레발 치다가 물러나는 일까지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지금은 영어만을 중요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로 강의하는 대학들이 많다.  요근래 학생자살로 문제가 되었던 카이스트 역시 영어강의로 인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않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한국말로 가르쳐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전문 영역을 영어로 단편적으로 강의한다면 과연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들에게도 영어로 말하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구성원들을 볶아대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영어 만능주의 에 물씬 젖어 있는 것 같다.

"영어가 곧 경쟁력이다." 이라는 잘못된 버전의 사대주의가 지금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업들은 영어 좀 잘하면 그래도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물론 하면 좋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평가가 되어서는 않된다. 옛날과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고 강변하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올인해서 영어에 매달릴 필요는 없는것 아닌가?  비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슨무슨 공무원 시험도 죄다 영어가 필수 과목이고, 영어 성적에 의해 당락이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찰 을 뽑는데 영어가 꼭 필요한가? 동사무소에서 주민들을 만날 공무원을 뽑는데 영어가 중요한가?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한다. 막상 경찰서나 동사무소에 가봐도 영어로 업무처리할 일도 없고, 특출나게 영어 잘하는 사람도 없다. 같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데 굳이 영어문법 더 잘아는 사람을 뽑아야 될 이유가 있는가?

이러니 모두가 죽자살자 영어에 매달리고 사교육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어에 쏟아붇는 돈과 노력은 영어 교육관련 사업과 백인 원어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다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쓰자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만 쓰면 국가 경쟁력이 좋아지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끊이지 않고 계속한다. 영어의 중요성만 강조하다 보니 국어의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은 갈 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어 단어가 멀쩡히 있는데도 무분별하게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어로 말하면 지적으로 보이나? -_-;;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 중에서 유독 대한민국만이 영어 교육에 호들갑을 떤다. 호들갑은 좋다 하지만 더 고약한것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돈을 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은 아예 말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말이 사람의 도구가 아닌 돈의 도구로 , 돈을 벌어다 주는 도구로 변절된 것이다. 오렌지를 "오-륀지"라고 발음하면 당장 먹고살 것이 하늘에서 떨어질것 처럼 호들갑을 아직도 떨고 있는 나라. Oh~~my English~~!! 를 외쳐대는 나라~~!! 지금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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