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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o ergo sum

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by 淸風明月 201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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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No. 15

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이 책은 현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못사는 나라들의 이야기가 아닌 국민소득 2만불이라고 떠들어대는 G20으로 국격을 높였다고 말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다. 이 책은 작년 4개월 동안 한겨레21에 ‘노동OTL 시리즈’로 연재되었던 기사들을 묶은 책이다. 기자들이 위장취업을 통해 발로 뛰며 느낀 한국 사회의 아픈 단면인 것이다.

'식당 아줌마'라 불리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을 다룬 ‘감자탕 노동일기’, 대형 마트에서의 노동을 다룬 ‘히치하이커 노동일기’,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다룬 ‘불법 사람 노동일기', 난로 공장에서의 노동을 다룬 ‘9번 기계 노동일기' 등으로 구성된 책은 2009년 최저임금 시급4000원(2010년 최저임금은 시급4110원이다.)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그래서 일하고 있지만 가난한, 노동빈곤층을 말하고 있다.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저 시급4000원에 인생을 통째로 저당 잡혀 버린 ‘잔인한 삶’에 대한 회한이 느껴졌다. 그 ‘잔인한 삶’은 곧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가난한 것은 게으르고 무능한 개인 탓이다’라고 습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유하고 싶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책이 바로 이 챗인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내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무수히 많은 노동이 어떤 모습으로 내 곁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면 역시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지탱해주는 노동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장 노동자는 쉴 새 없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반자동화 기계로 서 있다...경기 부천에서 공고를 나온 염철수(28세)씨는 “멍 때려야 시간이 간다”며 “그땐 완전 기계예요, 기계.”라며 한숨을 쉰다. ‘멍 때린’채 라인의 노예가 된다. 의식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p.216, 219) 육체적 고통, 침묵의 고통, 차별 따위가 라인 따라 쉴 새 없이 전해진다. 하지만 공장 라인의 진정한 악질은 같은 노동자를 증오하게 하는 데 있다. ... 거짓 표정 지으며 상대를 기계로 대한다. 그의 인간성을 부정하고, 내 인간성을 파괴한다.(p230)

우리가 추종하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가치를 지니지 못한채 단순 도구화되고 분업화 된다. 그런 노동을 행하는 노동자들의 신체와 정신은 피폐해져가 결국은 조각나고 단순화된 기계로 변화된다. 지금 당장 내가 모르는 일이라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부끄럽지 않은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관심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일이 아닐까! 최저임금협상을 하는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을 두고 입장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과 ‘기본소득’을 보장해 줄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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