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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그늘 기지촌여성들
사전에는 기지촌을 ‘외국군 기지주변에서 외국 군인들을 상대로 상업행위를 하며 사는 사람들의 동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지촌은, 한국의 땅이면서도 한미 두 정부에 의해 운영, 통제되는 ‘공창’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미군들은 ‘성적 서비스의 제공’, 즉 성매매가 자신들의 재충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주들의 불법행위를 묵인해왔을 뿐 아니라, 기지촌 여성에 대한 정기 성병검진과 치료를 통해 미군들의 ‘안전한 성매매’를 적극 보장해왔다. 현재 기지촌 여성들에는 대체로 1960~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란 농촌 출신의 저소득, 저학력 여성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외국인 여성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지촌의 또 다른 희생자 군을 구성하고 있다.
기지촌 여성들을 옥죄는 고통의 큰 부분은 빚의 굴레다. 직업소개소에 포주가 내는 소개비부터 옷, 방세, 낙태비용, 몸이 아파 쉰 날의 벌금 등 모든 것은 빚으로 계산되고, 도저히 기지촌 여성들만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되고 만다. 기지촌 여성들은 앞서 말한 불법 채무 외에도 성매매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성적 착취 및 폭력, 즉 일반적으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공유한다. 이와는 달리, 주한미군 범죄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점은 기지촌의 특수한 문제다. 여기에 덧붙여 기지촌 여성들이 미군과의 관계에서 낳는 아이들은 차별과 편견의 높은 벽 앞에 좌절하곤 한다. 이들 혼혈인들은 피부색, 어머니의 직업, 가난 등으로 인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이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취업 기회마저도 상실해 기지촌의 삶을 탈피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렇듯, 기지촌 여성들과 그들의 아이들은 성매매, 인종주의, 미군범죄, 가난 등의 고통을 동시에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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