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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and Society Archive

[서평] 자본론

by 淸風明月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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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마르크스는 181855일 독일 서부 국경지대의 트리어(Trier)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변호사이었으므로 유복하고 교양있는 가정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헤겔사상을 배우면서 정..합의 변증법을 유물론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으며, 프러시아 전제정치의 타도를 외쳤다. 23세에 예나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되기를 원했지만, 프러시아 정부는 마르크스와 같은 자유주의자에게는 교수직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리하여 󰡔라인신문󰡕에 참가해 편집인으로 되었지만, 이 신문도 정부에 의해 곧 폐간 당했다. 처음에는 급진적 자유주의자였지만, 빈민과 노동자의 상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점차 공산주의자로 되었다. 파리에서 󰡔독불연보󰡕라는 좌파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평생의 동지인 엥겔스와 만나게 되었고, 이 두 사람이 1848년에 󰡔공산당선언󰡕을 발표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선전문을 가진 이 글은 국제비밀결사인 󰡔공산주의자 동맹󰡕을 위해 쓴 것인데, 여기에는 마르크스의 기본사상이 가장 잘 요약되어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위대한 성과를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온갖 상품들이 등장한 것, 생산량이 크게 늘고 생산방법이 놀랄만한 정도로 혁신된 것, 국제거래를 통해 세계가 점차 하나로 되어가는 것, 인간들의 물질적 문화적 수준이 향상된 것 등등. 그러면서도 그는 자본주의가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음도 강조한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면서 인간이 흥미없고 단순한 작업에 묶여 있는 것, 주기적으로 불황이 발생하는 것, 대규모의 실업자와 빈민이 나타나는 것,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대립이 격화하는 것 등등. 이처럼 자본주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을 더욱 발달시키고 부정적인 측면을 제거할 수 있는 조건들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만약 공장이나 기계 등을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한다면 그렇게 될 것인데,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식회사의 자본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에 이미 사회의 자본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대기업은 자본소유자에 의해 경영되는 것이 아니라 고용된 사장과 사무직 생산직 노동자들에 의해 실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자본소유자는 불필요하게 된다. 물론 사적 소유를 공동 소유로 전환시키는 것은 기득권자들의 거대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지만, 자본주의의 발달은 노동자계급을 대규모로 만들고 단결시킬 것이므로 새로운 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불온사상의 전파자라는 낙인이 찍혀 프랑스로 벨기에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1849년 런던에 정착하면서 경제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정을 꾸려갈 생활비를 벌기 위해 미국신문사의 특파원 노릇도 했지만, 방직공장을 경영하던 엥겔스가 끊임없이 지원했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세계 주요국에서 발간되는 모든 책들이 모이는 대영박물관의 도서실에서 책을 읽어 메모 요약하고 자기 주장을 첨가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노트가 󰡔정치경제학비판요강(그룬트리쎄)󰡕(1857-58)󰡔잉여가치학설사󰡕(1861-63)의 형태로 지금 발간되어 있다.

 

󰡔자본론󰡕에 관한 구상은 1857년 이후 점차 구체화되었다. 처음에는 여섯 권의 책을 구상했다. , 자본.임금노동.토지소유.국가.국제거래.세계경제에 관해 각각 한 권의 책을 쓰고자 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3대 계급(자본가계급, 노동자계급, 지주계급)을 경제적으로 분석하고, 그 다음으로 3대 계급 사이의 갈등과 협조를 총괄하는 기구로서 국가를 다룬 뒤, 국민경제 사이의 관계를 국제거래의 맥락에서 분석하면서 세계경제의 움직임을 이론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고, 지금의 󰡔자본론󰡕은 자본.임금노동.토지소유의 핵심적인 사항만을 다루고 있다. 더욱이 마르크스가 직접 교열한 책은 󰡔자본론󰡕 1(1867년 발간)뿐이고, 2권과 제3권은 마르크스가 죽은 뒤 엥겔스가 유고를 정리해 출판한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자기의 경제학 체계를 완성시키지 못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경제적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며, 이것이 제1권과 제2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자본가계급의 분파들(산업자본가.상업자본가.금융자본가) 사이의 경쟁관계, 그리고 자본가계급과 토지소유자 사이의 이해대립은 제3권에서 분석되고 있다. 1권은 자본의 생산과정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이윤의 원천에 관한 것이다. 자본가가 10억원의 화폐를 가지고 공장을 세워 상품을 생산하고 이 상품을 팔아 2억원의 이윤을 얻는다면, 이윤 20억원은 어디로부터 발생한 것인가? 만약 10억원의 상품을 팔아 12억원을 받는다면, 판매자는 분명히 이윤을 얻지만 구매자는 손실을 보므로, 사회전체로는 이윤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상품은 자기 값대로 매매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본가는 10억원을 투자해 12억원의 가치를 가진 상품을 생산하고, 이 상품을 12억원에 팔아 2억원의 이윤을 얻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10억원이 생산과정에서 어떻게 12억원으로 증식되는가? 건물이나 기계나 원료는 자기의 가치를 생산물에 그대로 이전시키지만, 노동자는 임금을 받고 노동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그런데 이 새로운 가치가 임금보다 크기때문에 이윤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가 창조한 부가가치 또는 순생산액이 임금과 이윤으로 분할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임금으로 1억원을 받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에 의해 3억원의 가치를 추가한다면, 2억원은 이윤이 되고, 이윤과 임금의 비율인 착취율 또는 잉여가치율은 200%가 된다.

 

노동자의 잉여노동이 이윤의 원천이라는 것, 그리고 자본가는 잉여노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동시간의 연장, 기술혁신, 노동강도의 강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제3, 4편 및 제5편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자본가는 한번 2억원의 이윤을 얻었다고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이윤을 얻으려고 이 이윤을 재투자할 것이다. 이것이 자본의 축적이다. 자본의 축적과정은 제7편의 주제인데, 여기에서는 주로 기술혁신을 수반하는 자본축적으로 말미암아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따라서 실업자가 증대하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2권은 자본의 유통과정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자본가는 생산과정에서 이윤을 내포한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과정에서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실현한다는 점, 이러한 순환 또는 회전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이윤을 증대시키는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생산된 상품의 판매는 결국 자본가들의 투자활동(생산재를 직접적으로 구매하며 노동자에게 임금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소비재를 구매한다)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3권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생산영역에서 노동자가 창조한 이윤이 어떤 방식으로 산업자본가의 산업이윤.상업자본가의 상업이윤.금융자본가의 이자.토지소유자의 지대로 분할되는가를 해명하고 있다. 이러한 해명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는 산업자본가.상업자본가.금융자본가.토지소유자는 이윤의 분할을 둘러싸고 서로 대립하지만 노동자계급에 대해서는 통일전선을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론󰡕에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관한 묘사가 뛰엄뛰엄 나타나지만, 이것은 자본주의의 특수성을 부각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사회주의 혁명이나 사회주의 건설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자본론의 현대적 의미 (‘’, 19975월호)

김 수 행 (서울대 교수. 경제학)

 

자본론은 독일의 철학자이고 사회과학자이며 노동운동가인 마르크스가 150년 전의 영국 사회를 모델로 하여 자본주의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에 관해 쓴 책이다. 옛날 책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이유는, 옛날 책인 성경이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이유와 비슷하다고 흔히들 지적되고 있다. 물론 성경은 우리정부에 의해 금서로 지정된 바 없지만, 자본론은 내가 번역 출판한 1989년까지는 금서로 탄압을 받았다는 점이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다. 자본이란 무엇인가? 산업자본이나 상업자본이나 이자낳는 자본에서 보는 것처럼, 자기의 가치를 증식하기 위해 활동하는 가치다. 산업자본가는 공장을 세우고 기계와 원료를 구입하며 노동자를 고용해 상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예컨대 최초의 자본 100억원을 140억원으로 증식시키며, 상업자본가는 상품의 매매과정에서 상업이윤을 얻어 자기의 최초 자본을 증식시키고, 이자 낳는 자본의 소유자(: 금리생활자나 은행)는 자기의 자본을 대부하거나 증권에 투자하여 이자나 배당을 얻음으로써 가치를 증식시킨다. 이러한 자본이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한다고 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은 자연히 산업자본가, 임금노동자, 상업자본가, 소비자, 대부자본가, 차입자 등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대규모 공장이 자본주의 사회를 그 이전 사회들과 구분하는 특징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산업자본을 자본의 기본 형태라고 보면서, 산업자본이 공장에서 어떻게 40억원의 이윤을 만들어 내는가를 연구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결론은, ‘임금노동자는 임금액에 해당하는 노동(필요노동)뿐 아니라 자본가를 위한 잉여노동도 하며, 이 잉여노동이 이윤의 원천이다는 것이다. 하루의 노동시간이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산업자본가는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이다. 첫째는 하루의 노동시간 그 자체를 연장시켜 잉여노동을 착취하고, 둘째는 하루의 노동시간 그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잉여노동을 착취하며, 셋째는 하루의 노동시간 그 자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동강도의 강화나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잉여노동을 착취하는 것이다. “산업자본가는 드라큘라와 같이 임금노동자의 노동(즉 피)을 착취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활기를 띠게 된다는 명제가 자본론의 핵심명제다. 물론 그밖에도 자본주의의 운동법칙으로서 자본축적과정이나 경제위기를 논의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자본론이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만 간단히 논의하려고 한다

 

첫째는 소련과 동구권의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에 관한 것이다.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가 인류 역사에서 하나의 독특한 사회형태라는 점,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계급투쟁과 노동계급에 의한 혁명에 의해 새로운 사회(공산주의 사회)로 이행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서는 계급이라는 위계제도 그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이 마르크스의 혁명이론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 없다. 그러나 혁명 뒤의 소련이 마르크스가 말한 공산주의 사회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혁명 뒤의 소련 사회는 1989년 붕괴할 때까지 자본주의로부터 공산주의로 가는 과도기에 있었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회와는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기의 사회라 하더라도 공산주의 사회의 요소들이 성장하고 있어야 했을 것인데, 그러한 요소들이 성장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 노동계급이 점점더 사회의 실권을 잡아 정치와 경제 및 문화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함으로써 위계제도를 타파하는 것, 이것이 사실상 계급의 철폐라는 마르크스의 명제을 실현하는 과정이었을 것인데, 소련 사회가 결코 이러한 방향으로 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노동계급이나 인민의 의견을 공산당이 대변하고, 공산당의 의견은 당수가 대변한다는 억지 논리때문에, 개인숭배와 독재가 지배하면서 노동계급이나 인민은 완전히 정부나 의회나 공장의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물론 강대한 자본주의 선진국들에 의해 포위된 일국 사회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도 검토해야 할 것이지만, 이것은 자본론의 연구 과제가 아니었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를 어떻게 건설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거의 논의하지 않았고, 자본주의 사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회가 있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공산주의 사회를 간단히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자본의 세계화 경향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자본론의 논리에 의해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 자본은 가치증식을 위해 국내공간을 이용하고, 그 뒤 국경을 넘어 타국에 침투하며, 궁극적으로 세계 전체를 자기의 활동공간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자본이 자기 출신국 밖으로 확장하는 것---예를 들면 외국에 상품을 수출하거나 화폐를 대부하거나 외국증권을 구매하거나 외국에 지점이나 공장을 세우는 것---을 자본의 국제화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본은 국제화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장애물에 부닥친다. 왜냐하면 각각의 국민국가가 독특한 법률체계를 가지면서 무역거래나 외환거래나 자본이동에 제약을 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은 자기의 팽창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각국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무역거래나 외환거래나 자본이동을 자유화하기를 바라며, 세계의 모든 나라가 동일한 내용의 노동법, 환경법, 공정거래법을 가지기를 원하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동일한 조세제도, 화폐제도, 산업보호정책을 채택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만 자본은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어느 곳에든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본은 출신국이라는 국적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어느 나라에서든 가치증식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엄밀한 의미에서 자본의 세계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자본의 세계화가 실현되었다든가 곧 실현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시장에 맡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과 더불어 탄생한 WTO체제가 각국 정부에게 무역 외환 자본이동의 자유화는 물론 정부의 산업지원 철폐, 정부의 구매 입찰에 외국인 참여 허용, 지적 재산권의 보호를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법, 환경법, 공정거래법의 균일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들이 자본의 세계화에 필요하지만, 국민국가가 사라지거나 통합되어 세계정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본의 세계화는 하나의 내재적인 경향으로서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각국 정부(우파든 좌파든)는 국민들의 생활을 보호하지 않고서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국출신 자본 그리고 자국에 정착하고 있는 외국출신 자본의 축적방식에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각국 정부 사이에 이해대립이 생기는 경우 어느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보호정책을 취하게 되면 자본의 세계화 경향은 주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본축적과정에 내재하는 노사대립, 무정부성, 경제위기, 경기변동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권력(국민국가든 세계정부든)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은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축적할 수 없고, 그리고 세계정부의 형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자본이 국민국가(출신국이든 활동국이든)의 개입을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를 순수한 형태에서 고찰하기 위해 국가나 국제관계나 세계경제를 논의에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세계화를 자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는 현재 각 학문분야에서 유행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관한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자본론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사회의 모든 현상들(: 정치, 문화, 법률)은 경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결정론에 빠져 있으며, 모든 사회현상의 근본원인을 경제적 요인으로 환원시키는 환원론에 사로잡혀 있고, 나아가서 어떤 정세에서도 계급문제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계급중심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위와 같은 비판은 19세기 말로부터 1914년까지의 제2인터내셔날의 교조주의나 소련공산당의 속류 유물론에는 해당할 것이지만, 자본론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본론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측면을 해부하는 과정에서 법률이나 이데올로기에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 안의 노사관계를 해명하면서 공장법(또는 노동법)이 어떻게 제정 개정되었는가를 논의하고 있으며, 자본가들이 현상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본질적인 관련을 알지 못하여 온갖 물신숭배적(즉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에는 이질적인 다양한 요소들과 과정들이 서로서로 얽혀 있으며, 따라서 어떤 특정한 요소나 과정이 중심적이거나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이나 과정들을 경제적 요소나 경제적 과정으로 환원하거나 단순화시킬 수도 없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는 한, 포스트 모더니즘은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고 사회가 복잡하기 때문에, 모든 이론적 노력은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마르크스경제학은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경제적 요소들과 경제적 과정 그리고 계급관계에 주목하는 것이고, 이러한 분과적 학문을 통해 다른 학문분야들과 교통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본론은 아직도 현실 비판적인 이론으로서 자본주의 사회의 심층을 해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사회에 관한 올바른 이론이 응고된 덩어리로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변화에 따라 계속 수정되고 첨삭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조주의는 망할 수밖에 없으며 기존의 이론은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스스로 변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의 비판 정신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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