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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o ergo sum

[우석훈의 시민운동 몇 어찌](41) 시청 토건족 그리고 박원순의 위기

by 淸風明月 201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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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터처블>은 금주법 시대에 마피아 대부가 된 알 카포네를 체포하게 된 공무원들에 관한 실화이다. 법무부 공무원인 엘리어트 네스가 “절대로 매수되지 않는” 9명의 ‘언터처블’들과 알 카포네를 체포한 것은 그가 26세였을 때다. 미국의 영웅이 된 엘리어트 네스는 재무부 관료들의 도움을 받아 조세 포탈로 알 카포네를 감옥에 넣는 데 성공한다. 한국에는 정부 내에 세 종류의 마피아가 있다. 그중에 1악은 모피아, 2악은 토건족, 3악은 교육 마피아다. 이 세 마피아가 결국 노무현 정부를 무너뜨렸고, 멀리는 DJ 정부도 무너뜨렸다. 물론 삼성과 같이 손대기 어려운 재벌들도 있지만, 이건 정부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다. 자, 노무현 정부가 무너지는 과정을 잠시 복기해 보자.

노무현 정부는 인수위 구성에서 이미 무너졌다. 요즘 ‘민주당 X맨’으로 불리는, 한·미 FTA를 은근 슬쩍 통과시켜주고, 그냥 원내로 복귀하자고 주장하면서 야권 연합전선 붕괴의 맨 앞에 선 김진표가 노무현 정부 붕괴의 1등 공신이었다. 그를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노 정부는 모피아와 손을 잡았고, 한국 모피아의 명실상부한 대부, 이헌재를 경제부총리로 올렸다. 그 과정에서 이헌재를 고용했던 김&장과 삼성이 한국의 통치자가 되었고, 이헌재는 ‘한국형 뉴딜’로 토건족들을 등용하였다. 그리고 김진표가 다시 교육부총리가 되면서 교육 마피아도 노무현 시대에 제 시절을 만났다. 그렇게 붕괴한 노 정부가 결국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된다.

민주화 이후의 한국 역사를 보면, 이 세 종류의 마피아한테 먹히지 않은 정치인은 딱 두 명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로 부작위 작위라는 미학을 보여준 서울 시장 시절의 고건, 그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관료이다. 들어가자마자 토건족에 먹힌 건 정운찬 총리, 요즘 토목학회 앞잡이로 전락한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를 보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언론민주화의 영웅, 최문순은 당선되자마자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토건족에 먹혔다. 모피아와 토건족에 먹히지 않은 또 다른 정치인은 바로 김상곤 교육감이다. 김두관 지사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중이고, 송영길 인천시장은 바로 먹힐 것으로 봤는데, 의외로 잘 버티는 중이고. 곽노현 교육감은, 지금 감옥에 있다. 굵으면 부러진다, 그 얘기이다. 그렇다면 김상곤은 어떻게 모피아나 토건족 혹은 교육 마피아에게 먹히지 않고 아직도 버티는가? 많이 듣고, 회의 많이 하고, 시간을 끌 만큼 끌다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는, 시민단체의 의사결정 과정을 가장 적절히 구사한 김상곤식 리더십이 그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김상곤의 친위대와 공무원 사이의 조화, 그 소통의 리더십이 김상곤의 힘이다. 고건과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또 다른 ‘행정의 달인’ 탄생을 목전에 보는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상곤의 길이 아니라 노무현의 길에 가깝게 가 있다. 오염지역의 ‘친환경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토건족한테 당했고, 가락 시영 ‘종상향’으로 반은 먹혔다. 서울시 안의 토건족 관료들 그리고 그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토건 교수들이 한 달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들 입에서 “박원순, 별 거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대로 가면 박원순도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지금 시장에게는 엘리어트 네스도 없고, ‘언터처블’도 없고, 토건 시대에 이리저리 줄 대면서 영광을 누렸던 마피아들만 잔뜩 있다.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노통은 자신이 어떤 학자보다 더 잘 안다고 했다. 지금 박원순은, 종상향에 대해서 사람들이 뭔가 깊은 오해를 한다고 했다. 정관용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았는데, 오해는 지금 시장이 하고 계시다. 세세한 얘기는 천천히 하고…. 고언 드린다. 보궐로 인수위가 형성되지 않았던 서울시장의 인수위원장 역할을 했던 김수현 교수를 주위에서 물리시기 바란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 요인 중 결정적이었던 부동산 정책을 청와대에서 총괄하던 사람이었고, 그의 실패가 바로 노무현의 실패였다.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는 지금의 변화에 적합하지 않은, 너무 옛날 패러다임의 사람이다. 그리고 가락 시영 ‘종상향’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재심사하도록 지시하고, 이 결정에 관여한 사람을 전부 불신임하시라. 서울시의 김진표 역할을 할 사람, 지금 시장 주변에 너무 많다. 시민의 정부가 ‘토건의 정부’, 이렇게 변질되는 건 시간문제다. 대한토목학회, 도시계획학회 이런 곳과 결탁한 사람들은 과감히 내리고, 젊은 공무원들을 많이 활용하시기 바란다. 지금 서울시가 실패하면, 내년의 총선, 대선, “이렇게 바꾸자”는 얘기를 우리가 할 수가 없다. 토건족들이 김수현을 바람막이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하는 중이다. 급히 가면 체하니, 김상곤이 했던 것처럼, 급한 결정들은 일단 보류하고 기본부터 재점검하시기 바란다. 한마디만 보태면 ‘시정의 일관성’, 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내부의 토건족들이다. 한나라당 10년 시정을 바꾸는 중인데, 일관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원본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219212555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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