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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No. 14
프리라이더 / 선대인 지음 / 더팩트 펴냄 / 1만4천원
차를 한 대 사면 공장도 가격의 5∼10%를 개별소비세로 내야 한다. 개별소비세의 30%가 교육세로 붙는다. 그리고 공장도 가격에 이들 세금을 더한 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한다. 경차가 아니라면 과세 표준의 2%가 취득세, 등록세를 2∼5%까지 내야 한다. 차 값의 30% 정도가 세금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 판매는 23조원, 이 가운데 세금은 6.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자동차 보유세가 빠진 수치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을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과 비교하면 흥미로운데,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1천조원이 넘고 전국의 토지와 주택 자산 가치는 65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7배 규모인데 여기서 걷는 세금은 37.8조원 밖에 안 된다. 전체 국세 수입의 17.8% 규모다. 23조원 시장에 6.8조원 세금과 6500조원 시장에 37.8조원 세금,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
"열심히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 벌어들인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같은 상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 조차 허물어진 곳이 적지 않다. 월급쟁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연말정산을 열심히 챙기는 것 뿐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프리라이더'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선 부소장은 이 책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낼 거라는 편견을 버리라고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선 부소장은 "조세 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각각 50조원의 추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납세자 혁명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제안한다. '무임 승차자'들에게 제대로 세금을 받아내는 납세자의 권리찾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내는 세금은 해마다 평균 566만원 정도, 평생 4억528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들 대비 조세부담률은 낮은 편이지만 가처분 소득 대비 공공부문에 대한 소득 이전 효과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세와 정부 공공지출을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낮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감소 효과는 우리나라가 0.011로 OECD 평균 0.078의 7분의 1 수준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징벌적 과세라며 비난하던 보수·경제지들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부동산 보유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미국은 집값의 1.5∼1.6%, 일본은 1%, 캐나다는 1%, 프랑스는 0.25∼0.7%를 부동산 보유세로 낸다. 부동산 보유세가 1%라면 3억원짜리 집은 300만원, 10억원짜리 집은 1천만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포함, 시가 대비 0.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만약 부동산 보유세를 0.5%까지만 늘린다고 해도 해마다 32.5조원의 세수를 거둘 수 있게 된다. 2008년 기준으로 부동산 보유세가 5.7조원이니까 26.8조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해마다 26.8조원을 덜 걷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보유세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는 양도소득세를 받지 않기 때문에 주택 거래의 95% 이상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응당 걷어야 하지만 안 걷고 있는 세금이 몇 백억, 몇 천억원 단위라면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유세에서 26.8조원, 양도소득세에서 5조원, 전월세 임대 소득에서 6조원 등 모두 39조원이 넘는다. 그것도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년간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을 해 왔다. 부동산 부자들이 세금 한푼 안 내고 배를 불리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광범위한 지하 경제와 조직적 탈세도 고질적인 문제다.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재벌 오너 일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상속하면서도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토목·건설 현장에서는 뇌물과 담합, 유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자영업자들의 광범위한 탈세도 관행화 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전혀 없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공적 사회 지출 비율은 GDP 대비 6.9%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미국과 일본은 15%가 넘고 전체 평균은 20.6%다. 공공 교육비 지출 비중은 4.3%로 OECD 평균 4.6%에 못 미친다. 반면 민간 교육비 지출이 2.9%로 OECD 평균의 2배에 이르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에 의한 소득 이전 및 불평등 감소 효과 역시 3.6%로 최하위다. OECD 평균은 21.4%로 우리나라의 6배에 이른다.
이 모든 초라한 통계가 의미하는 게 뭘까. 대대적인 조세개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세금 안 내는 부자들의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지금처럼 '유리지갑' 월급 생활자들이 봉이 되는 수밖에 없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도 혜택은 없고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심지어 애들 점심 밥값을 놓고도 재정 안정성 문제를 따지는 궁색하고 참담한 처지가 됐다.
이 책은 놀랍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근원을 파고든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최악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 성장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 충격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생산 부분에 의존하는 지금의 조세 구조를 유지할 경우 끔찍한 재앙이 닥칠 거라는 이 책의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과세와 탈루 근절, 전면적인 조세 개혁이 필요할 때다.
<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879 >
프리라이더
차를 한 대 사면 공장도 가격의 5∼10%를 개별소비세로 내야 한다. 개별소비세의 30%가 교육세로 붙는다. 그리고 공장도 가격에 이들 세금을 더한 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한다. 경차가 아니라면 과세 표준의 2%가 취득세, 등록세를 2∼5%까지 내야 한다. 차 값의 30% 정도가 세금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 판매는 23조원, 이 가운데 세금은 6.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자동차 보유세가 빠진 수치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을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과 비교하면 흥미로운데,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1천조원이 넘고 전국의 토지와 주택 자산 가치는 65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7배 규모인데 여기서 걷는 세금은 37.8조원 밖에 안 된다. 전체 국세 수입의 17.8% 규모다. 23조원 시장에 6.8조원 세금과 6500조원 시장에 37.8조원 세금,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
"열심히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 벌어들인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같은 상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 조차 허물어진 곳이 적지 않다. 월급쟁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연말정산을 열심히 챙기는 것 뿐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프리라이더'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선 부소장은 이 책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낼 거라는 편견을 버리라고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선 부소장은 "조세 구조개혁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각각 50조원의 추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납세자 혁명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제안한다. '무임 승차자'들에게 제대로 세금을 받아내는 납세자의 권리찾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내는 세금은 해마다 평균 566만원 정도, 평생 4억528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들 대비 조세부담률은 낮은 편이지만 가처분 소득 대비 공공부문에 대한 소득 이전 효과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세와 정부 공공지출을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낮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감소 효과는 우리나라가 0.011로 OECD 평균 0.078의 7분의 1 수준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징벌적 과세라며 비난하던 보수·경제지들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부동산 보유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미국은 집값의 1.5∼1.6%, 일본은 1%, 캐나다는 1%, 프랑스는 0.25∼0.7%를 부동산 보유세로 낸다. 부동산 보유세가 1%라면 3억원짜리 집은 300만원, 10억원짜리 집은 1천만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포함, 시가 대비 0.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만약 부동산 보유세를 0.5%까지만 늘린다고 해도 해마다 32.5조원의 세수를 거둘 수 있게 된다. 2008년 기준으로 부동산 보유세가 5.7조원이니까 26.8조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해마다 26.8조원을 덜 걷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보유세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는 양도소득세를 받지 않기 때문에 주택 거래의 95% 이상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응당 걷어야 하지만 안 걷고 있는 세금이 몇 백억, 몇 천억원 단위라면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유세에서 26.8조원, 양도소득세에서 5조원, 전월세 임대 소득에서 6조원 등 모두 39조원이 넘는다. 그것도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년간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을 해 왔다. 부동산 부자들이 세금 한푼 안 내고 배를 불리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광범위한 지하 경제와 조직적 탈세도 고질적인 문제다.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재벌 오너 일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상속하면서도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토목·건설 현장에서는 뇌물과 담합, 유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자영업자들의 광범위한 탈세도 관행화 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전혀 없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공적 사회 지출 비율은 GDP 대비 6.9%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미국과 일본은 15%가 넘고 전체 평균은 20.6%다. 공공 교육비 지출 비중은 4.3%로 OECD 평균 4.6%에 못 미친다. 반면 민간 교육비 지출이 2.9%로 OECD 평균의 2배에 이르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에 의한 소득 이전 및 불평등 감소 효과 역시 3.6%로 최하위다. OECD 평균은 21.4%로 우리나라의 6배에 이른다.
이 모든 초라한 통계가 의미하는 게 뭘까. 대대적인 조세개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세금 안 내는 부자들의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지금처럼 '유리지갑' 월급 생활자들이 봉이 되는 수밖에 없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도 혜택은 없고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심지어 애들 점심 밥값을 놓고도 재정 안정성 문제를 따지는 궁색하고 참담한 처지가 됐다.
이 책은 놀랍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근원을 파고든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최악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 성장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 충격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생산 부분에 의존하는 지금의 조세 구조를 유지할 경우 끔찍한 재앙이 닥칠 거라는 이 책의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과세와 탈루 근절, 전면적인 조세 개혁이 필요할 때다.
<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8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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