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litics and Society Archive

Ownership, Control and the Market - Robin Murray

by 淸風明月 2022. 10. 10.
반응형

Robin Murray, “Ownership, Control and the Market”(1987)

 

- 저자 소개: 노동당 좌파가 주도한 80년대 초반의 런던광역시정부GLC 실험에 참여한 진보적 경제학자. 경제이론 부분에서는 70년대의 ‘자본의 국제화’ 논쟁, 80년대 후반의 ‘포스트포디즘’ 논의에서 업적을 쌓음.

 

-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는 두 개의 핵심 요소로 이뤄진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임금 노동의 존재. 이는 잉여가치를 낳고 이는 다시 자본가의 수중에서 자본이 된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에 대한 정의가 도출된다. 자본가에 대한 수탈과, 생산수단을 공동 소유로 이전하는 것. 노동당 당헌 제 4조도 바로 이 정신을 담고 있다.

- 그러나, 공동 소유에는 난점이 뒤따른다. 토니가 말한 것처럼, “소유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관리의 문제는 의문으로 남겨진다.” 즉, 통제의 문제. 노동당은 “민중적 관리와 통제”를 공약해왔지만 이는 모호한 수사에 그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고전 맑스주의의 해결책은 진정한 노동자 정당의 역할이다. 말하자면, 사회주의는 “국유화 + 당”인 것이다.

- 이 글에서는, 노동자 정당의 개념은 일단 제쳐두고, 과연 생산수단의 형식적 소유만으로 국가와 직접 생산자가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다.

 

관제고지인가 아니면 기능적 하청인가?

 

-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뒤의 이디오피아 사례. 이디오피아는 산업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상위 50대 기업을 국유화했다. 그런데, 이 중 1/3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적자 기업 중 일부는 농산물 수출 기업으로서, 기존 교역 대상자들에 의해 부당 거래를 계속하고 있었다. 또 다른 일부는 외국의 기술 지원으로 운영하는 국영 기업들로서, 이들의 경우 국유화란 단지 이디오피아 정부의 보증으로 외국의 선진기술 보유 기업들이 자본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었다. 이디오피아에는 이외에도 외국 기업의 기술에 종속된 민간기업들(코카 콜라 등의 원액 생산)이 있었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개별 회사도 보다 광범한 자본 순환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 순환에는 지배적 지점이 있게 마련이고, 이 지점을 통해 자본 순환의 통제자들은 전체 순환으로부터 초과 이윤을 추출할 수 있다. 즉, 이는 특정 산업 부문의 관제고지다. 영화산업에서 이는 배급자이며, 식품산업에서 이는 유통업자이고, 자동차 산업에서 이는 완성차 조립업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권력은 직접 공장 생산으로부터 새로운 기술 및 배급/마케팅 체제의 통제로 이동했다.

- 지배적 기업이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직접 소유 구조가 필요하지만, 최근 ‘소유에 의한 통제’는 점점 더 ‘(하청)계약에 의한 통제’로 바뀌고 있다. 가령, Marks and Spencer같은 의류 소매기업은 핵심 부분(체인점, TV 광고, 대형 백화점 등)에 대한 통제와 컴퓨터에 의한 배급 및 판매 시스템을 통해 지배적 지위를 확보한다. 실제 생산은 수많은 소규모 공장들에 의해 이뤄지지만, 이는 Marks and Spencer라는 위계적 네트워크로 통합된다. 이러한 통제 유형에서 핵심은 시스템에 대한 통제, 상표에 대한 통제다. 현재 자본주의는 이렇게 외주하청과 프랜차이징을 통한 ‘유연 전문화’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 여기서 어떠한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첫째, 국유화는 정부에게 관제고지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덜 중요한 평지만을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둘째, 자본 순환의 핵심 부분에 대해 독점력을 지니기만 하면 순환의 나머지 부분을 제어할 수 있다. 셋째, 대개의 산업 부문에서 자본 순환은 국제적으로 되어가고 있으며, 따라서 통제의 문제도 국제적인 차원에서 제기된다.

 

자본의 국제화, 그리고 자산의 국유화

 

- 외국의 보조적 생산물이 국내 시장의 부양에 기여하고 투입이 주로 국내 자원에 근거할 때 국유화는 경제적 통제에 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60년대까지 영국의 상황이 그러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당시와는 다르다. 포드 UK의 사례. 포드 UK는 포드 유럽을 위해 경유 엔진을 생산하고 Valencia로부터 휘발유 엔진을 수입한다. 오늘날 포드 UK의 국유화는 공장 건물과 조립 라인에 대한 공적 통제를 의미할 테지만, 이는 포드 유럽과의 연관 없이는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영국 산업이 이렇듯 국제적인 생산 라인의 일부가 되면서 국유화를 통한 사회적 통제의 가능성은 감소된다.

- 여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결코 국제적 생산 라인의 일부가 공적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전체 생산 라인의 일부를 국유화하는 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에 대한 대답은 영국에 기반을 둔 기업을 확대하거나 산업 전체를 재구성하는 것일 것이다.

- 코닥의 사례는 전혀 다른 경우를 보여준다. 코닥은 유럽 전역에 걸친 생산 라인을 유지했지만 오히려 이를 다시 미국에 집중시키려 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노동자들은 자국 내의 경쟁 필름 회사를 육성하는 것으로 대응했지만, 영국 노동자들에게는 그러한 자국 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영국 노동자들은 유럽 내의 다른 코닥 노동자들과 연대해 유럽의 생산 라인을 유지시켰다. 이런 식의 단체협상도 어쨌든 사회적 통제의 한 형태라 할 수 있겠다.

- 한편 공공산업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이는 일정한 해외 투자 활동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런던광역시기업위원회GLEB(NEB의 지방 기관)가 전기자전거 생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국 내에 부품생산업체가 존재하지 않아 이탈리아 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는 영국의 공적 재정을 외국 기업에게 지원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기각됐다. 이는 잘못된 결정이었다. 오늘날 대개의 산업 부문에서 국유화는 국제화(혹은 국제적 사회화)internationalization를 함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유화, 축적 그리고 시장

 

- 치열한 경쟁을 야기하는 시장의 강제 속에서 자본주의는 점점 더 국가자본주의로 돼간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시장으로만 이뤄진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본주의는 항상 한편의 시장과, 다른 한편의 계획적인 자본주의 조직 사이의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 시장은 한편으로는 자본 축적을 북돋는 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 축적에 역기능적이다. 단기적 이해를 추구하는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은 자본 축적에 필요한 장기적 이해를 그르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요구된다. 흔히 노동당 우파 역시도 같은 논거를 통해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 국유화가 이러한 논거 위에서 이뤄질 경우, 이는 비록 단기적으로는 시장과 충돌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잠재적인 갈등은 오직 공적 소유가 자본 축적을 거스르면서까지 그 목표를 추구할 때에만 존재한다. GLC의 공적 소유 전략이 바로 그러했다. GLC는 기업활동의 계획화와 산업민주주의는 물론이고 기회 균등 정책, 작업시간의 유연성 증대, 인간 중심의 기술 등등을 추구했다. NHS의 예에서와 같이 공적 소유는 서비스 사용자의 이해를 위해서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자를 위한 공적 소유, 소비자를 위한 공적 소유 모두 시장 및 축적 조건과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

- 자본가들은 이러한 국공유화 정책에 대해 맹렬하게 반대한다. GLC의 경우, 여성과 혹인의 기회 균등을 위해 자원을 활용하거나 GLEB 대부 조건의 제시를 통해 기업활동에 계획을 도입하려 할 때 가장 격렬한 반발을 샀다. 이러한 반발은 공기업과 사기업 사이의 경쟁의 격화를 통한 경제적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정치적 반격을 통한 어려움이 더 크다.

- 사회적 소유 기업과 시장 사이의 관계라는 문제가 공공부문에 대한 전략적인 정치적 사고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이는 사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공기업에 있어서 현안 문제다. 더 나아가서 현실사회주의의 난제 역시 이 범주 안에 든다. 현실사회주의의 국영기업들은 세계시장의 사기업들과 경쟁해야만 했으며, 이는 자본주의 시장과 사회주의 계획 사이의 모순을 야기했던 것이다. 필자의 주장은 시장이 경쟁의 강요를 통해 공공부문의 지속적인 긴장 요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기업들은 ‘시장 안에서 그것에 대항해야’ 하는 것이다.

 

소유와 통제: 정책과 실천

 

- 소유와 통제 사이의 문제가 공기업의 골치거리만이 아니라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사기업에 있어서도 이는 난제다. 한때 각광받았던 ‘경영자 자본주의’론은 70년대 불황과 함께 주주 권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 그렇다면, 시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항해서 공기업을 운영하려는 정부는 어떻게 통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통상적인 대답은 다음을 전제하고 있다. 1) 전략과 실행의 구분, 2) 중립적 관리(혹은 행정)administration라는 전통적 사고, 3) 의제-시장적인 책임 기제의 개발.

- 첫 번째 전제. 사실 전략 단계와 실행 단계는 결코 쉽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전략과 실행의 지속적인 상호작용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에서 전략을 경정하는 정치가와 이를 실행하는 민중 사이의 분업은 생각할 수 없다.

- 두 번째 전제. 중립적 관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기구 안에는 계급관계가 존재한다. GLC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노동당 좌파가 정책을 제기할 때마다 GLEB 집행부의 고급관료들은 자신들의 ‘전문적 시각’을 들이대면서 딴지를 걸었다. 그 시각이란 것은 언제나 시장의 논리에 근거한 것이었지만, 현실 실현가능성이라는 외피를 걸치고 있었다.

 

사회주의적 경영

 

- 문제는 사회주의적 경영이다. 사회주의 경제의 확장에서 언제나 문제는 진보적 경영전문가의 부족이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항상 경영자들을 훈육할 책임 기제들을 마련하는 것이 대안으로 등장하곤 했다.

- 현실사회주의에서 선호된 방식은 예산 분배를 통한 훈육이었다. 그러나 이는 혁신의 위험을 기피하고 초과달성보다는 할당량 충족에 급급한 경영 양태를 낳았다.

- 자본주의하의 공기업에 대한 전문가인 A. J. Harrison과 C. Foster는 모두, 외부로부터의 모니터링에 의한 접근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내부 감사를 더 선호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는 지식과 실천력이 국가가 아니라 공기업 경영자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하의 공기업에서도 그러할진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공기업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전통적인 해답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

 

위기에 처한 공적 소유

 

- 대처 정부하의 민영화 물결은 공기업의 문제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사기업에 기반한 경제 전반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었다. 우리는 대처 정부의 민영화에 대해 과장해서도 안되지만 이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애초 공적 소유의 논거를 이뤄왔던 현실 요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재국유화 요구가 등장하고 있다.

- 하지만, 공공부문에 대한 사회주의의 전통적 개념이 처한 위기도 경시해선 안 된다. 애틀리 정부에서 국유화된 기업들은 당시 산업장관이었던 허버트 모리슨에 의해 나름의 특성을 부여받았다. 그것은 어떠한 노동자 경영참가도 없이 순전히 자본주의적인 수익성 기준에 따라 기업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리슨주의적 공기업의 한계는 분명히 지적돼야 한다.

- 그러나, 국유화가 정부에 제공하는 기회가 한정된 것이라고 해서 공적 소유가 사회주의 경제에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적 소유는 여전히 중심적이다. 경제의 각 부문 사이의 문제에 대해 시장은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다. 금융과 산업 사이의 관계, 군사 기술과 그 민간 보급 사이의 관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거시경제 계획이 필요하고, 이는 공적 소유를 요구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사회관계

 

- 그러나 이보다 더 강력한 공적 소유의 논거가 존재한다. 최근의 신좌파 운동을 통해서 자본과 노동 사이의 전통적인 경제적 모순 외에도 ‘생산의 정치’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GLEB는 생산 현장의 권력 관계를 변화시키고 여성 및 흑인 노동자의 이해를 위해 노력하려 했지만, GLEB가 개별 기업에 대해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는 한, 어떠한 행정명령도 쓸 데 없었다. 노동자들에게 유급 휴식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경영참가는 아무 의미도 지닐 수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해방적 요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사회적 소유라는 오래된 강령이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 새로운 공공부문 모델은 아마도 게릴라 운동의 ‘해방구’와 유사한 것이리라. 해방구에서의 일상생활의 향상이 게릴라 운동에 대한 민중의 지지를 낳는 것처럼, 자본주의 시장 ‘안의’ 공공부문은 대안적 경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산하는 해방구가 되어야 한다.

- 이를 위해서 국유화는 사회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해답이 아니라 사회주의의 산파로서 정치 의제의 전면에 복귀해야 한다.

 

새로운 모델을 향하여

 

- 새로운 모델은 어떤 이론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만 부상할 수 있다. 그 점에서 1980년대 노동당 좌파의 지방자치체 사회주의municipal socialism 실험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우스 요크셔와 런던에서의 공공교통운동, 할로우의 공공난방운동, 포드, Unilever, 필립스에 대한 지자체-노조 공동행동, 지역기업위원회의 활동, 협동조합운동 등은 훌륭한 전거를 제공해준다.

- 1) 전략: 현대 기업의 경쟁력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 최적화가 아니라 장기 전략이다. 여기서 핵심은 계획을 통한 구조조정의 추진이다. 이러한 계획의 실천을 위해서는 노동자와 소비자가 광범하게 참여하는 일련의 과정이 요구된다. 즉, 계획은 탈집중화되고 민주화되어야 한다. / 계획과 관련하여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그러한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기술의 문제다. 런던 한 곳에만도 사기업의 개별 계획 활동을 위해 고용되어 있는 인구가 37만5천명에 이른다. GLC는 대중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 그리고 이러한 계획 요원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일련의 학습 과정으로 이해했다. 이들의 작업에는 지방의원, 지역 및 전국 노조, 그 외 지역 당국 및 전문가들이 광범하게 결합했다.

- 2) 책임과 일상적 훈육: 소비재 생산 부문에서는 시장에서의 소비자 선택조차 일종의 공적 통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상품 경쟁으로 평가될 수 없는 재화들이 존재한다. 이 경우 책임 부여는 경쟁 이외의 공적인 경합을 통한 공공부문 내의 선택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직접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노조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경쟁 입찰 체계를 만들어서 이윤 이외의 기준으로 실적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실적을 올렸을 때만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을 추진할 수 있다. 이 때 소비자 평의회에는 재화에 대한 실질적 연구 능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조는 광범한 민중의 결정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내부 주체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 3) 탈집중화와 다양성: 하지만, 책임 부여와 통제의 확대가 저절로 생산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본주의적 유연 전문화로부터 일정하게 배워야 할 바가 있다. 최근의 독점화는 역설적이게도 탈집중화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전체 체계가 유연 전문화될수록, 하부 단위의 자율성은 높아진다. 공공부문은 컴퓨터의 활용을 통해, 사적 영역에서와 같은 노동의 파편화와 쇠퇴 없이, 유연 전문화의 이점을 살려내야 한다.

- 4) 혁신: 오랫동안 공공부문은 혁신의 사각지대였다. 의료제도상의 혁신은 대개 민간병원이나 자원활동에서 비롯됐다. 창조적 TV 프로그램은 BBC 바깥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민간경제의 혁신 능력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독점화된 민간경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협동조합부문, 제 3섹터의 혁신을 촉진하는 보상 기금 제도가 필요하다. 위에서 논의한 경쟁 입찰 체계도 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채널 4’(영국의 독립 교양 채널)처럼 공기업이라는 틀과의 계약 속에서 여러 독립 제작자들이 내용을 생산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

- 5) 공공의 힘: 소유권의 변화가 저절로 공공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발전된 군사기술을 민간에 보급하는 데서 영국 국가가 부딪혔던 문제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공공의 힘을 강화시킬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계획 부서 아래에 국가 재정과 구매력을 활용하는 새로운 부서가 신설되어야 한다. 포드의 경우, 사실 투자의 80%가 공적 자금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투자가 중앙 정부와 각 지자체에 의해 경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것이 공공의 영향력으로 모아지지 못했다. 각 사기업과 공공부문 전체의 정보를 집약하여 자본가들에 대한 공공의 협상력으로 살려낼 노력이 필요하다.

- 6) 공공부문의 내포적 확장: 새로운 사회주의적 공공부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내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생산의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는 일일뿐만 아니라 완전고용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는 공공부문의 고용이 민간부문의 일정한 희생을 통해서만 성립되지만, 공공부문의 자급자족성이 증대할수록 민간부문으로부터의 희생 없이도 공공부문만으로 완전고용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 이를 위해서는 1930년대에 오스트리아의 지방정부가 추진했던 것처럼 제 2의 공공부문 통화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해방구에서의 베트민과 달러 사이의 투쟁이 무장투쟁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 호치민의 생각과도 통한다.

- 7) 배후 기지: 현재와 같이 민영화 공세가 드센 시기에는 게릴라 운동에서처럼 배후 기지를 구축해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만 한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공공부문의 민주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경영실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소유 분산의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대처 정부하의 소유분산정책은 분명히 금융자본의 투기 활동을 뒷받침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경우는 노동자들 사이의 소유분산이라는 원칙에 기반해 발전해왔다. 공공부문에서 이의 일정한 응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지역의 완전고용정책을 위해 개인이 아닌 집단에게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세 번째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지역 수준의 합작 벤처기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직접 국가 소유에 비해서는 열등한 모델이지만, 현재와 같은 수세기에는 상대적으로 추진하기 쉬운 방식이다.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인식돼온 주택조합housing association 같은.

- 그 외에도, 각국 공공부문 사이의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통신산업, 정보산업 같은 관제고지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노동운동의 입장

 

- TUC의 1986년도 결의와, 노동당의 1986년 당대회 결의 Social Ownership 긍정적 검토.

 

결론

 

- 지자체 사회주의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새로운 대안의 구성 요소들은 오직 실천 속에서만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청사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일단 실천에 나서야만 한다. 후기 봉건 사회 내부에서 수많은 자본주의적 구멍이 등장한 것처럼, 게릴라 운동 혹은 적어도 일부 현실사회주의 나라의 예시적prefigurative 경제처럼, 우리의 모델은 출현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