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litics and Society Archive

[현대민주주의론] 정치학의 두가지 접근방법과 민주주의

by 淸風明月 2022. 10. 19.
반응형

정치학의 두 가지 접근방법과 민주주의

1. 접근방법의 차이에 대한 이해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방법이 있는 것처럼, 같은 방식의 삶에서도 그것을 이해하는 수많은 원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더 쉽게는 원주에서 서울로 가는 데도 적지 않은 방법이 있는 것처럼, 학문을 하는 데도 많은 방법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차원이 높은 철학적 차이일 수도 있고, 약간 차원이 낮은 이론적 차이일 수도 있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학문에 접근하는 연구방법론의 차이일 수도 있다.

 

정치학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하나의 분과학문인 정치학에 대한 접근에도 문헌적 접근과 현장체험적 접근, 해석학적 접근과 실증적 접근, 구조적 접근과 행위론적 접근, 인간적 접근과 환경적 접근, 국제적 접근과 국내적 접근, 경제적 접근과 비경제적 접근, 개인적 접근과 집단적 접근 등 수많은 접근방식이 존재하며,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연구방법과 연구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고, 이러한 차이는 정치학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낳기도 한다.

 

현대민주주의에 접근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통상 민주주의라고 할 때 하나의 개념이나 하나의 평가기준으로 접근하기 쉽다. 우리가 민주적으로 결정하자고 하거나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어느 정도는 기준을 전제한다. 그러나 그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답변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납득하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낮은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다의적인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 정치란 무엇인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에 대한 질문은 매우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주제이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절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이라는 저작에서 정치와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정도로 정치학이 발달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군주정치와 참주정치, 귀족정치와 과두정치, 민주정치와 중우정치라는 용어가 그 시절에 널리 사용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당시에 도시국가의 토론광장인 아고라광장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했으며, 여기서 참주의 등장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편추방이라는 제도를 채택해서 시행하기도 했다.

 

물론 고대 그리스에서 발달한 정치는 중세로 접어들면서 신정정치에 의해 잠식되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다스려지고,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는 한 현실에서의 세속적인 정치는 무의미한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문예부흥으로 학문에서 개인국가라는 개념이 발견되고, 자연과학의 발달과 종교개혁으로 신의 영역에 대한 신비로움의 실체가 걷혀지면서, 그 결과 산업혁명과 신대륙의 발견이 자본주의혁명으로 확장되면서 정치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었다.

 

 

3.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본 정치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에서 봉건제를 대체하고 등장한 자본주의에 대한 구체적 비판을 통해 자본주의의 타도를 위한 만국의 노동자의 단결을 촉구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은 자본주의사회의 정치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 사회는 경제적 제관계를 의미하는 토대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상부구조로 구성된다. 이때 철학, 국가, 권력, 종교, 학교 등으로 구성되는 상부구조의 성격은 토대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이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경제결정론으로서 경제가 정치사회적 결정의 근간이 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관계는 선업혁명의 결과 봉건제가 자본제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바탕으로 등장한 자본주의는 상품과 화폐를 매개로 움직이는 사회이며, 이 사회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적대적 대립관계로 구성된다. 자본주의는 자본가계급을 위한 제도이며, 노동자계급은 오직 자본가계급의 착취 대상으로서 존재한다.

 

자본주의 아래서 국가와 권력은 모든 국민을 위한 중립적인 제도나 자비로운 권력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착취를 용인하고 지원하며, 자본가계급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정당한저항을 탄압하는 자본가계급의 도구로 해석된다.

 

이 관점은 더욱 발전되어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좌파정치학 혹은 마르크스주의 정치학의 기본 관점이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란 부르주아의 이익을 옹호하는 공동위원회에 불과한 도구이며, 권력이란 자본가계급의 착취를 옹호하고 자본가계급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폭력이며, 정치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립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정치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관계의 표현이지만, 구체적으로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관철하는 수단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자본가계급의 지배에 대한 저항인 노동자계급의 혁명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매우 계급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4. 사회계약의 관점에서 본 정치

 

토마스 홉스는 인간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라고 표현했다. 모든 인간사회가 다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의 상태, 자연상태에서 인간들간의 관계가 그렇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연상태에서 자기 스스로 생명과 재산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수단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 방식으로는 불안정성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 국가를 만들어 국가에게 권력을 위임한 다음 국가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상태의 인간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간의 계약에 의해 국가를 창출한다는 국가기원론을 사회계약론이라고 부른다. 홉스의 경우에는 인간의 자연상태가 극단적으로 무질서하고 불안정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무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는 절대적인 강력한 권력을 소요해야 한다고 보았고, 국가의 절대권력은 계약 당사자인 국민에 의해 거부될 수 없다는 절대권력론을 전개했다. 홉스의 이 주장은 그의 저작 리바이어던’(reviathan)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는 바 이 리바이어던이란 구약성서에 나오는 괴물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홉스에게서도 그가 주장한 국가란 괴물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홉스의 이론은 자본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시기의 절대왕정의 등장이나 나중에 독재권력의 등장에 이론적 기초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회계약론이 절대권력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절대권력론은 예외적인 주장이었다. 이런 점에서 영국과 미국 민주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이 매우 중요하다. 존 로크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라고 말한 홉스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자연상태의 인간사회가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사회 내부의 자정능력과 인간에 대한 인간의 상호이해로 인해 극복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국가에 대한 권력의 이양 역시 제한적인 것이었다. 로크의 이러한 주장은 홉스의 절대권력론과 구별되는 제한권력론의 출발이었으며, 실제로 시민혁명 이후 영국 의회정치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독립전쟁 이후 미국정치의 정신적 지주로 작용했다. 로크의 이론은 국가권력의 제한성을 정식화한 것인 동시에 국가에 권력을 위임한 국민주권의 존엄성을 정식화함으로써 서구에서 국가에 대한 시민저항권을 인정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결국, 자연상태의 인간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계약에 의해 국가를 만들고, 국가에 권력을 위임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이 사회계약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인간사회가 국가를 창출하는 과정을 정치라 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정치란 특정 계급이나 세력을 옹호하는 편파적인 과정이 아니라 불편부당하고 중립적인 과정으로 해석된다.

 

 

4. 민주주의의 두 가지 길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달은 민주주의에 대한 탐구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 민주주의에 대한 탐구는 앞에서 언급한 정치에 대한 두 가지 접근방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었다.

 

먼저,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리했던 민주주의가 산업혁명과 계몽주의의 시대를 거치면서 고전적 민주주의의 형태로 복원되었다. 이 고전적 민주주의는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의 초기 형태로서,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신흥자본가계급의 관점에서 이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민주주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서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배제하면서 등장한 고전적 민주주의가 그대로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고전적 민주주의가 초기 자본주의 상황에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적대적 대립을 전제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가혹한 착취를 옹호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조직적 저항이 동반되었으며, 그 결과 자본가계급의 단계적인 양보가 불가피했다. 이러한 양보의 결과가 그후 자유민주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고전적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정치를 보는 두 가지 관점 중에서 사회계약론적 세계관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내부적으로 계급적 관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형상 전체 국민 혹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합의에 의한 국가의 형성이라는 관점을 취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자본주의를 전제로 한 노동자계급의 민주적 참여를 부정하고 자본주의의 타파를 통한 계급착취의 근절과 계급의 철폐를 추구하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는 계급참여가 아니라 계급철폐착취근절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보았다. 따라서 진정한 민주주의란 계급지배의 철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와 대별되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socialist democracy)로 불린다(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social democracy인 사회민주주의와 혼동되기 쉽다).

 

이런 점에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마르크스주의 혹은 사회주의에서의 민주주의로 불리며, 자유민주주의와 대립되는 입장을 견지한다.

 

정치학의_두_가지_접근방법과_민주주의.pdf
0.10MB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