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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and Society Archive

이중의 위기, 해법으로서의 기본소득

by 淸風明月 201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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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의 위기, 해법으로서의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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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의_위기.hwp 

 

I. 이중의 위기

2009년 한국 사회는 이중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 하나는 경제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비록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단언할 여건은 아직 아니다. 한국 경제는 전년 동기에 대비해서 2008년 4사분기의 -3.4%, 2009년 1사분기의 -4.2%, 2사분기의 -2.5%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이후에 대한 전망도 한국이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OECD의 낙관이나 2010년 성장률을 2.5%로 높여 잡고 2011년 성장률을 5.2%로 예측하는 IMF의 낙관이 적중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경제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예측에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회복 국면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물론 한국 경제위기는 글로벌 위기의 일부로서 신자유주의 위기의 세계적 차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의존성은 곧 내수성장의 취약성을 의미하고, 그 결과 세계경제 위기는 한국경제의 특수한 위기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 위기는 내수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로 나타난다. 세계경제위기의 가혹한 조정 국면 속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예상외의 실적을 올렸다고 해서 내수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서민경제의 위기가 해소된 것도 아니다. 글로벌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경제만 몇몇 수출기업에 의존하여 잘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적의 배경에는 환율효과와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의 효과가 작용했다. 인플레이션의 우려로 하반기에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사정은 낙관적이지만 않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마이너스 성장의 시대에 그와 같은 유독 좋은 실적은 1997년 이래로 심화되어 온 한국경제의 수출과 내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었음을 뜻한다.

세계 교역량의 감소로 인해 초일류 기업을 제외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회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수, 그중에서도 민간 소비일 수밖에 없다. MB정부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부자감세 정책과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0.5%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하는 자동차 세제혜택은 내수 확대를 위한 MB정부의 재정정책이다.1) 그런데 문베믐 부자 감세와 사회복지 삭감이 초래할 사회양극화의 심화만이 아니다. 과연 그와 같은 감세 정책이 민간소비로 이어질 것인가 역시 문제가 된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경제위기는 글로벌 연관성이라는 보편적 차원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특유의 수출 내수 불균형과 MB정부의 재정정책과 관련된 특수한 수준도 가지고 있다. 한국경제위기의 특수성을 세계경제 위기의 보편성의 수준으로 해소하는 것은 올바른 이해 방식이 아니다. 그러한 이해방식은 서민경제의 위기와 MB정부의 반서민적 재정정책이라는 위기의 한국적 특수성을 도외시하게 만든다. 글로벌 호황을 기다리는 것도,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이 잘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경제위기의 극복책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전환을 도모하는 것이 위기에 대한 올바른 극복책일 것이다.

 

반면에, 민주주의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위기의 세계적 수준, 위기의 보편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진다. 현재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1987년 이전으로의 퇴행의 문제도 아니며 단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 자유권의 축소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일반적인 증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시대란 사회국가와 사회공공성의 파괴의 시대이고, 공공적 복지체계가 시장화되고 잔여화되는 시대이며, 그 결과 그 이전에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했던 공공서비스가 시장에서 구입해야만 하는 것으로 바뀐 시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신자유주의는 국민주권자라는 보편적 자격에 입각한 당연한 권리가 시장재로 탈바꿈된 시대이다. 신자유주의 특유의 시장지상주의는 국민주권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침식하고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다. 국민의 사회경제적 최소공통성이 파괴되어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그 결과 두 종류의 국민으로 분할될 때, 국민주권은 선거권으로 축소되고 민주공화국은 명목상의 규정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경제의 문제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 민주공화국과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일반적 관철이며 1997년 이래로의 신자유주의 경제의 필연적인 정치적 귀결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와는 달리 MB정부의 노골적인 사영화, 영리화 정책, 복지삭감을 통해 과거와 같은 착시현상은 사라졌다. 하지만 또 다른 착시현상이 등장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수정권의 등장에 의한 민주주의 후퇴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방식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 자유권의 문제에 국한되어 이해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MB의 미디어법의 경우도 그 핵심은 특정 방송사 길들이기가 아니라 시장지상주의에 의한 언론다양성과 공공성의 침식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극복방향은 1987년 민주주의의 회복이 아니라 1997년 이래로의 신자유주의 극복의 문제와 불가분의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중의 위기라는 말은 분석을 대신하는 수사가 아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위기와 경제적 위기와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며, 이를 동시에 교차해서 해결하는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아래에서는 기본소득을 그와 같은 대안으로서 검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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