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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and Society Archive

[1992] 한국 인권의 실상 1부

by 淸風明月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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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른 정부의 최초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

 

1992.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89-8 서울 종로구 연지동 136-46

현대오피스텔 403호 기독교회관 708호

 

전화 (02) 522 - 7284 전화 (02) 764 - 0203

팩스 (02) 522 - 7285 팩시 (02) 744 - 6189

 

 

서 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는 이보고서를 인권이사회와 그 구성원들에게 정중히 제출합니다. 우리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규약"이라 함) 제40조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제출한 최초보고서(CCPR/C/68/Add.1)를 인권이사회가 검토하는 데에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남․북한 사이의 화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민들은 규약이 인정하고 있는 기본권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보고서는 인권상황을 실제 그대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보고서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보충 제공함으로써 인권이사회와 한국 정부가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데에 기여하기를 충심으로 희망합니다.

 

우리는 이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언급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하여 그에 관해 규약상 인정된 권리가 만족스럽게 보장되고 있다고 이해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규약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승인되어 있는 인권기준에 맞추어 인권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이같은 한국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이 보고서가 충분히 고려되어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황 인 철 김 찬 국

대 표 간 사 위 원 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국기도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목 차

항 쪽

 

서 문 3

 

제 1 부

정부보고서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 1 - 8 4

규약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장애 9 - 17 5

국내법에서 차지하는 규약의 위치 18 - 20 9

 

제 2 부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 21 - 34 11

비상시의 기본권 제한 35 - 41 16

사법권의 독립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42 - 79 19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80 - 95 29

 

제 3 부

국가보안법 - 실질적 의미의 헌법 - 96 - 119 34

사상과 양심의 자유 120 - 131 47

표현의 자유 132 - 164 50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 165 - 177 63

참 정 권 178 - 182 67

 

제 4 부

생 명 권 183 - 190 70

고문등의 금지와 신체의 자유 191 - 207 72

재소자의 인도적 처우 208 - 249 78

노예제도와 강제노동의 금지 250 - 258 91

거주․이전의 자유 259 - 262 93

사생활을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 263 - 272 95

여성에 대한 차별 273 - 284 98

결사의 자유 285 101

 

 

제 1 부

 

정부보고서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

 

1. 대한민국("한국")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나라로 인정받아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한의 현대사는 불법적인 체포, 감금, 고문, 불공정한 재판을 통한 투옥, 심지어는 실종 및 의문사로 얼룩져 있다. 1948년이후 9번에 걸쳐 개정된 남한의 헌법들과 법률들은 언제나 국민의 인권을 보장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런데도 이러한 인권조항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정부와 법원은 인권을 보장하는 조항들을 축소하여 해석하고 인권을 제한하는 규정들을 넓게 해석하여 많은 인권침해들을 정당화해 왔다. 그런 반면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침해된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효율적인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2. 한국의 국민들은 인권을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오랜 기간동안 힘든 노력을 해 왔다. 국제연합을 비롯하여 평화와 인권옹호를 위하여 노력하는 세계각국의 비정부단체들과 시민들, 그리고 정부들은 한국국민들의 노력을 지지하고 격려해 왔다.

 

3. 한국정부는 그동안 한국에서 민주화가 실현되었으며 인권문제도 해결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한국정부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규약"이라 함)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선택의정서(이하 "선택의정서")를 비준한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정부가 규약 제40조에 의하여 한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최초보고서를 인권이사회(이하 "이사회")에 제출하여 이사회의 검토를 받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남한의 인권상황을 세계에 올바르게 알리고 국제적인 토론과 비판을 받는 데 동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가 국내의 법과 법원의 판결, 정책의 틀에 얽매이기 보다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의 기준에 따라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성실히 노력할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4. 우리는 이사회가 한국정부의 최초보고서를 검토하는 회의가 이사회와 한국정부사이에 한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건설적인 대화를 이루어지게 하고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함으로써 모든 나라들 사이의 이해와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5. 규약이 정한 보고의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정부보고서는 이사회와 다른 당사국정부들이 "규약에 열거된 권리가 실현되는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는 한국정부의 최초보고서가 규약이 정한 정부의 보고의무를 충족하는 데 상당히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6. 이사회는 일반적 견해 2[13] 3항(CCPR/C/21/Rev.1)에서 정부의 보고서에 관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이사회는 보고의무가 단지 규약에 정한 의무와 관련된 법률과 규범들을 열거하는 것 뿐 아니라 법원 및 다른 국가기관의 관행과 판결들, 규약에서 인정하는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고 향유되는 정도를 보여주는 관련된 사실들, 달성한 성과들과 규약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대한 요소와 장애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7. 정부의 보고서는 많은 부분에서 규약의 조항과 관련된 한국의 법조문을 열거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보고서는 규약에 정한 인권의 보장과 관련된 한국의 법체제를 완전하게 소개하고 있지 않으며 인권에 영향을 주는 법원의 판례나 정부의 조치등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보고서에는 실제의 인권보장상황을 보여주는 사실들이 언급되어 있지 않으며 규약의 의무이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와 어려움에 관한 설명도 나타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정부보고서는 규약이 보장하는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하여 오해를 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8. 이와 같은 정부의 보고서는 이사회와 한국정부사이에 건설적인 대화를 하게 하고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며 국가간의 이해와 선린관계에 기여한다는 규약의 목적과 이사회의 검토회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해 온 우리는 우리들의 독자적인 보고서를 이사회와 위원들에게 제출함으로써 정부보고서의 결함을 보완하여 이사회가 정부보고서를 검토하는 회의에서 원래의 뜻하는 성과를 거두는데 도움이 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규약의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장애

 

9. 한국에서 규약의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와 장애는 한반도의 분단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지배에서 해방된 후 한반도는 미군과 소련군의 3년에 걸친 군정을 거쳐 남쪽의 대한민국("남한")과 북쪽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으로 분단되었다. 각각 한반도전체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하는 두 정부는 그 관할권 아래에 있는 국민들에게 상대방의 정부를 적으로 간주하도록 강요하면서 상대방의 합법성을 부인하였다. 남한의 경우 1950년부터 1953년 사이에 일어난 한국전쟁의 경험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산주의와 북한에 대한 증오감과 불신 그리고 공포심을 깊게 심어 놓았다. 이러한 반공 또는 반북한의 이데올로기는 권위주의적인 통치와 일련의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이용되었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억압적인 법률들이 만들어졌고 정부에 대하여 비판적인 말과 행동은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되어 왔다.

 

10.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와 더불어 한국과 북한정부의 관계는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한국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더이상 북한을 적대하지 않으며 통일을 위하여 협력해야 할 동반자관계임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1991년 10월에는 한국과 북한이 함께 국제연합에 가입하였으며 1992년 2월 18일에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정부사이에 공식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합의서")라는 제목의 이 합의서는 국무총리가 서명하고 대통령이 비준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하였다. 그리고 3월 20일에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 문서를 국제엽합헌장 제102조에 따라 국제연합사무국에 등록하였다. 남북합의서는 남북한이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제1조),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아니하고(제3조),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군사정전협정에 정해진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하여 서로의 불가침을 약속하고 있다.(제9조, 제11조) 남북합의서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조의 조약 또는 제3조의 국제적 합의로서 남한헌법 제6조가 말하는 국제조약에 해당하므로 한국의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된다.

 

11. 한국의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하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영토인 북한지역을 법률상 남한의 영토라고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남한정부에 대하여 "국토를 참절하고 국가를 변란하기 위하여 불법구성된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한 다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연합의 공동회원국인 한국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하는 것이 국제연합헌장의 정신에 위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한국이 북한을 "불법조직된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하는 것은 남북합의서에도 위반하는 것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의 정부와 법원은 북한에 대한 과거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12. 한국은 1960년대 이래 산업화를 통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급격히 변하게 하는 데에는 근로자들의 저임금과 높은 생산성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고 농촌을 떠난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빈민으로 생활하면서 산업예비군으로 남게 되었다.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파업을 할 권리, 그리고 서민들의 인간다운 생존권은 법률과 경찰의 사실력에 의하여 제한되었다. 정부는 노동운동을 공산주의적인 것 또는 북한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난해 왔다. 근로자들과 도시서민들의 권리주장과 행사를 억제하기 위하여 정부는 경찰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인권침해를 가져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13. 한국에서 규약이 정한 인권을 보장하는 데 장애요인의 하나는 헌법의 권위와 규범력이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헌법은 최고의 규범으로 모든 가치와 법률의 효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도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처음으로 제정공포된 이래 9차례에 걸쳐 개정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9번의 헌법개정은 모두 대통령의 선거방법이나 임기 등 권력구조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며 그중 두번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하여 또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은 집권자의 권력유지를 위하여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법원도, 일반 국민들도 헌법이 인권을 보장하는 규범이며 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하여 무효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14. 한국의 법체계에서는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구성된 국회가 만든 법률보다는 군사쿠데타 등 비정상적으로 구성된 입법기구들이 만든 법률들이 더욱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61년 5월의 군사쿠데타이후에 박정희장군이 구성한 "국가재건최고회의", 1971년 박정희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하여 국회의 기능을 정지하고 구성한 "비상국무회의", 1980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장군이 구성한 "국가보위입법회의" 등이 그것이다. 이들 기관들은 모두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를 강제로 해산한 가운데 집권자가 자기마음대로 임명한 사람들로 구성된 기관이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보아도 이들 기관이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들 기관들은 많은 법률들을 만들어 공포했으며 지금도 국회에서 만든 법률과 조금도 다름없이 정당한 법인 것처럼 정부와 법원,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집행되고 있다. 그 법률의 수는 수백개에 달하며 인권과 관련된 핵심적인 법률들 및 국가권력의 조직과 행사에 관한 가장 중요한 법률들이 거의 다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사회에서는 법률이란 집권자의 편의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으며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15. 선거에 의하여 국회가 구성된 경우에도 국회는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행정부가 제안한 법률안의 경우에 야당과 여론이 강력하게 반대할 경우에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의원들이 토론과 표결을 거치지 않고 날치기의 방법으로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은 이를 공포하여 법률로 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의 권리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법률안을 토론을 통하여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대신 행정부가 제안한 법률안을 어떤 수단을 쓰던지 통과시키고 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 국민의 인권에 영향을 주는 많은 법률은 그 구성요건이 매우 추상적이고 막연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컨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권을 침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법률의 하나인 국가보안법과 제3자 개입금지규정등은 매우 막연하여 국민들이 금지되는 행위의 유형을 알 수 없게 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 심지어는 "기타의 방법으로" 범죄를 지은 자를 처벌한다는 요건을 두고 있다. 그리고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규정들의 적용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막연한 규정들로 인하여 남한의 형벌법규들은 구체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이중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아주 드물게 인권을 옹호하는 판결을 내리는 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법기관의 공정성이 일반적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정은, 한국에서 규약이 보장한 인권을 누리게 하고 침해된 권리를 구제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소의 하나이다.

 

17. 한국에는 "국가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수사기관 또는 비밀경찰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가안전기획부(Agency for National Security Planning)이며 경찰청(과거의 치안본부) 대공분실, 국군기무사령부(전의 보안사령부) 등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산주의자나 북한을 돕는 사람들을 수사하고 처벌한다는 명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사람을 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때로는 불법하게 사람을 체포, 구속하고 고문을 자행하기도 한다. 반정부적인 지식인이나 활동가는 물론, 야당의 국회의원과 여당의 정치인들 조차도 이들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이들 기관이 저지르는 인권침해에 대하여는 어떤 사람이나 기관도 통제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안기부는 수사업무외에 정치에도 직접, 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선거에서는 야당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안기부는 국가안전기획부법에 의하여 대통령을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거나 감독을 받지 않게 되어 있고 오히려 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 대하여 검찰을 비롯한 모든 수사기관을 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 기관은 국민과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고 일반인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국내법에서 차지하는 규약의 위치

 

18. 정부보고서가 언급한 바와 같이(제5-6항,17항 내지 19항) 규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정부와 법원에 의하여 직접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 제6조 제1항의 의미에 관하여는 통일된 견해가 없다. 다시 말하면 규약이 일반적인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사실상 국내법보다는 상위의 효력을 가지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이는 규약보다 나중에 제정된 국내법에 의하여 규약의 효력을 제한하거나 부인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이다.

 

19. 한국에서 규약의 효력발생과 내용이 국민들에게는 물론 정부와 법원 등 법집행기관에 까지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특히 법원은 실제로 인권침해가 문제된 사건에서 규약을 직접 적용하여 국내법의 효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가 문제된 국가보안법사건들, 제3자 개입금지 사건들, 그리고 선거법위반 사건들에서 규약을 적용하여 재판해야 한다는 피고인측의 주장이 있었으나 법원이 규약의 내용과 효력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또는 긍정적으로 판단한 일은 한번도 없다. 또 규약이 효력을 발생한 1990년 7월 이후 인권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

 

20. 결론적으로 규약을 국내법의 일부로 받아들여 적용하기 위한 정부와 법원차원의 노력은 아직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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