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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Cinema

바다가 보고 싶은 사람들...

by 淸風明月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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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어려운 세상에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회사가 부도 나고 물가가 치솟아 아무리 살기 힘들다지만 팔다리가 없고 말조차 못하는 이들 앞에서 우린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입니까?” 10여 년 넘게 장애인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이정률이 ‘바다 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그들의 진솔한 모습과 이야기, 개인적인 사진철학을 담고 있는 책이다. 사랑과 순수함이 절실히 녹아 있는 사진과 글은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또한 아리게 만든다. 솔직히 책을 낼 결심을 하면서 많이 망설였다. 괜히 장애인들 팔아서 돈벌려는 걸로 생각하면 어쩌나 하고. 그러나 꼭 남기고 싶었다. 30대의 문턱에 막 들어서기 전 다신 돌아 올 수 없는 20대의 언어를. 막상 그런 결심이 서자 곧바로 작업에 착 수했다.

 

원고를 쓴 후 사진을 뽑고… 사진을 고른 후 그에 연상되는 글을 쓰고... 이 책에 실린 사진과 글이 특별히 어떤 기준에 의해 발탁된 건 아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한 것들이고 너무 애절해서 보는 이에게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사진은 일부러 뺐다. 사진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아버지께 중고 카메라를 선물받으면서부터. 장애인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대학 1년,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해 장애인 재활원을 첫 방문 하면서부터였다.

그 첫 방문 때 받은 강한 충격으로 인해 그의 인생과 의식은 180도 변화했다.

“처음엔 손과 발이 뒤틀린 아이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채워놓은 기저귀 냄새...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천진난만한 아이 들의 웃음, 팔다리를 못 쓰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정신지체 아들을 보면서 모든 게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죠. 20년 동안 내가 쫓 아왔던 허상,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그  이후 단국대에서 전공하던 생물교육을 뒤로 접고 사진에만 폭 빠져 살았다. 그것도 4백만 장애인 중 가장 빈민층에 속하는 이들만 카메라에 담는 작업. 그렇게 재활원을 들락거리던 그에겐 언니 오빠 하며 따르는 장애인들이 더 이상 정상인과 다르지 않다. 그는 여기에 실린 장애인들의 비참한 모습이 전체 장애인의 모습은 절대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장애인들을 쫓아다니면서 담은 진솔한 모습과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그것들을 모아 3회에 걸친 개인사진전과 두 번의 그룹사진전을 가졌다. 사진전에서 장애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엉엉 우는 사람, 우리 나라에 저렇게 비참한 이들이 있었냐며 울분을 참지 못해 중간에 뛰쳐나가는 사람, 대학 진학시 특수교육을 지원하겠다는 여고생 등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정상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만도 큰 소득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앞으로 일본과 중국의 한국인 슬럼가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을 사진에 담고 싶어요. 장애인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계속 개최하고요. 저의 작업이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보통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정신지체아와 똑같이 생각해 함부로 대하는데 절대 그러지 말아달라고. 그들은 신체만 정상이 아닐 뿐이지 정상인과 똑같은 사고를 한다. 그걸 모르는 정상인들 때문에 그들은 사춘기 때 더욱 상처를 많이 입고 존재성에 대해 고민한다. “그들에게도 맑은 영혼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십시오. 봉사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자기 주변 장애인들과 하루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기쁨이자 큰 봉사가 될 수 있습니다.”

10여 년간 장애인을 주로 찍어온 사진작가 이정률의 가슴속 이야기를 컬러화보 사진과 함께담은 ‘바다가 보고 싶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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