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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Cinema

그 노래를 들어라

by 淸風明月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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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울고 웃고 분노하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책 "그 노래를 들어라"

세상의 풍경을 이루는 사람들을 만나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삶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난 이 시들을 소식지에 싣는다. 나의 삶을 글로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요즘은 일일 드라마나 인생극장에서도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기 힘드니깐.

평범하고 하루를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짧은 시집 속에는 세상의 풍경이 되어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럼 시 하나를 소개해 볼까? 

 

 

정기 건강 검진

 

가슴이 답답해도
뒷골이 뻐근해도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큰 병 얻기 전에 빨리 병원 가라는
아내의 잔소리 앞에서
고사리 손으로 어깨 주무르는
아이들 재롱 앞에서
아직 한 목숨 바쳐
지켜야할 가장의 자리가 너무 커
끝내 병원 가기가 두렵습니다
빵구 투성이 용접쟁이 하나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아이들에게
혹시 드러누우라는 결과 나올까 싶어
그 결과 앞에 대책 없이 스러져버릴 가족들 생길까 싶어
공장 정기 검진 받는 날 월차를 씁니다

신경현 시인은 대구에 있는 성서공단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역시 본인이 겪고 느낀 삶의 경험이기에 이런 시들이 나오는 것 같다. 마찌꼬바 영세사업장에서 몇 년째 같은 임금 받는 고령노동자, 프레스에 손이 짤려도 아프다 말 못하는 이주노동자, 아이 머리가 불덩이가 되어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하는 여성노동자. 이들을 만나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소주마시며 서로 어루만지는 그의 글이기에 우리는 그의 글을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그 어떤 친절한 설명이나 해설이 따로 없지만 나는 시를 읽으며 느낄 수 있다.

공감한다는 것의 의미


학교를 다닐 때 국어책에 나오는 수많은 시들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은 시가 있었던가? 너무 옛날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돌아오는 건 술과 늘어난 잠 뿐이다. 회사에서 어려운 단어들을 읽어가면서 아는 것은 많아지는 것 같지만, 내 마음은 점점 딱딱해 진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함께 공감하는 것이 아닌 현상을 분석하려 하고,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 몇몇 단어들로 그것들을 규정해 버렸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어떻게 다 설명되어지고 분석될 수 있겠는가.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 하는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실을 안다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가끔씩 사람들을 너무나 냉정하게 바라보고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나를 발견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반복되고 지치는 생활. 그것은 불안정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의무적으로 회사를 가고,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사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눈 돌리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잠시 멈춰서 서로의 노래를 들어보자. 앞으로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삶 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서로를 ‘힐끗힐끗’ 쳐다보겠지... 하지만 쉴 새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만 길을 멈추자. 가슴을 펴고 숨을 들이키며 서로의 노래를 들어보자. 나의 슬픔, 너의 피곤함, 우리의 삶을 담은 노래들을……. 자~ 다시 한번 시집을 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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