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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Cinema

기분 좋은 사람내음이 있는 "라디오 스타"

by 淸風明月 201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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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사람내음이 있는 "라디오 스타" 

'라디오 스타'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다시쓴 '왕의 남자', '황산벌'을 이은 이준익 감독의 세번째영화이다. 처음 이 영화의 소개를 접했을때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준익 감독이지만 박중훈과 안성기 두배우에 한물간 록스타와 매니저의 이야기라니 진부한 성공담이겠거니하고 지레 짐작이 가던 차였다. 솔직이 이런 이야기면 속된 말로 쌍팔년도 이야기다 요즘은 이런게 먹힐리가 없다. - 극장가를 이미 상업적인 블록버스터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런 쌍팔년도 이야기가 먹힌다는게 이상한거다.-

영화는 80년대말 최곤의 콘서트장에서 그가 가수왕을 받기 위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느 변두리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최곤의 초라한 모습을 비춘다. 이렇게 시작부터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갖가지 상투성을 고스란히 끌어안으면서 달려간다. 하지만 이것은 기존 영화들이 상투성을 끌어 앉는 모습과는 다른 여유를 보여준다.

영월에서 라디오 진행을 하는 최곤의 모습 이제부터가 이 영화가 가지는 매력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첫방송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카메라는 강원도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영월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이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가를 보여주는 첫번째 시도인 것이다. 최곤(박중훈분)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이라면 영화는 영월을 영화의 세트만으로 여기지 않고 영화의 한부분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수많은 오빠부대들을 몰고 다니며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최근의 대마초 사건이나 언급해야 젊은 애들이 알까말까한 가수가 되어버린 최곤은 그래도 과거에 가졌던 자신의 명성에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매니저 민수에게 담배 달라, 불 달라 명령하고  하고 영화시작부터 끝까지 가죽자켓을 입고 있는 것 역시 그의 집착의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다방 아가씨 김양과 외상값 안갚은 철물점과 세탁소 아저씨 이야기, 고스톱으로 옥신각신하는 할머니들, 은행여직원을 짝사랑하는 꽃집총각의 이야기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영월 유일의 록밴드이며 최곤의 열성팬인 '이스트 리버'-노브레인이 이 역할을 한다.-등 제각각의 '삶'의 이야기들이 2시간 남짓되는 짧은 순간동안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마치 어디선가 영화 속의 삶처럼 그렇게 살아있는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때 '라디오 스타'를 보고 쓴 이 영화평이 한겨레 인터넷에 실렸던... 추억 ㅋ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162919.html >


Cinema Paradiso  NO.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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