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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Cinema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by 淸風明月 201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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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논쟁적인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를 영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시작되면서 느낀건 참 불친절한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 속의 시간은 뒤섞여 흐르고 역사라는 명제는 개인사 속에 종종 모습을 감춰 버린다. 또한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실마리를 주는 것 조차도 인색했다.

영화를 꼭 보고 싶다는 누군가 때문에 보게 된 영화. 인터넷상 리뷰들의 대부분이 영화속 초반 의 10대 소년과 30대 여성의 격렬한 사랑에 대한 논쟁들로 채워지고 있던 영화가 <더 리더>라는 영화이다. 영화의 섹스신이 격렬하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이다. 영화는 오히려 원작보다 소극적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를 단지 그런 논쟁거리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영화가 지니는 주제가 무겁게 느껴진다.

영화는 1950년대 독일에서 시작된다. 15살 소년 마이클은 열병에 걸려 길 한복판에서 심한 구토를 일으키고, 그 앞을 지나던 여인 한나가 그를 도와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마이클은 알 수 없이 여인 한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어느 날부턴가 사랑을 나누기에 앞서 책을 읽어줄 것을 부탁하고, 마이클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어준다. 그렇게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날 한나는 아무런 흔적도 말도 남기지 않은채 마이클에게서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법대생이 된 마이클 어느날 수업의 일환으로 참관하게 된 2차대전 전범 재판정에서 마이클은 한나와 재회하게 된다. 한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그 근교의 작은 수용소에서 2년 동안 여성 경비원으로 일했던 죄목으로 기소되어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마이클의 갈등과 고뇌는 커지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원작과는 달리 소설속 마이클의 일인칭 나레이션 진행을 영화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한나는 주인공이 되지는 않는다. 소설 속의 한나는 바로 독일이 지니고 있는 원죄를 표현하기 위해 구현한 캐릭터이다. 그러기에 한나는 드러나면 안되는 존재이다. 항상 물음을 달고 있어야 하는 존재인것이다. 영화도 물론 이것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영화는 소설보다 더 한나의 대사를 줄였다. 소설속에서 한나는 마이클의 시선을 통해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는 마이클의 시선과 더불어 프레임의 시선이 가중되어 한나를 그려내고 있다. 한나라는 인물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알 수 없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다.


영화는 소설속에서 한나를 통해 구현되었던 것들을 영화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시간의 뒤섞음이다. 중년과 10대의 마이클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마이클의 딸을 창조해 내었다. 영화에서 딸은 마이클에게 “엄마와 아빠가 싸울 때마다 그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죄책감을 느꼈어요”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죄책감은 분명 그녀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전후2세대와 3세대의 연결인것이다. 하나와 마이클의 관계가 전쟁세대와 전후2세대의 연결지점이라면 딸은 바로 3세대와 2세대를 연결하고 있는 요소인 것이다.

결국 영화 <더 리더>는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영화는 역사적 원죄에 대해 이야기는 하지만 그것을 한나의 문맹에 집중시킴으로써 역사의 문제를 개인사에 감춰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속 한나에게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은 케이트 윈슬럿의 연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부분이다. 영화 <더 리더>는 아마 학살의 기억은 그냥 묻고 답하기에 맡겨둔채 좀 더 직설적인 방법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행동의 결과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영화 중반 전범 재판정에서 한나가 판사에게 던진 한마디“무엇이 잘못이었냐고”"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 정답없는 질문들의 충돌은 그렇게 영화내내 계속된다. 그리고 마지막 마이클이 딸에게 내뱉는 "내가 15살 때”로 시작하는 한나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 결국 역사란 것이 개인에게서 개인으로 전달되어지며 전후세대의 부채는 그렇게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Cinema Paradiso  NO.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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