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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Cinema

<포화속으로...> 남겨진것 없는 스펙타클

by 淸風明月 201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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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속으로..." 남겨진것 없는 스펙타클

이번 영화는 150억을 들여 제작되었다는 "포화 속으로"입니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사수를 위한 전략 요충지였던 포항에서 71명의 학도병들이 목숨을 걸고 포항을 지켜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든것은 아마 사라져간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땅에 전쟁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되새기기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화속으로"는 그 역할에 충실한가? 그들의 죽을을 기리고 전쟁의 아픔을 잘 전달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포화속으로"의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 전쟁이 시작된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무장한 북한군은 파죽지세로 남쪽으로 진격을 거듭하고, 남한군의 패색은 짙어져만 간다. 전 세계가 제 3차대전의 공포에 휩싸이자 UN은 엄청난 수의 연합군을 대한민국에 파병할 것을 결정한다. 이미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남측은 연합군의 도착을 기다리며 낙동강 사수에 모든 것을 내걸고 남은 전력을 그곳으로 총집결 시킨다. 포항을 지키던 강석대(김승우)의 부대도 낙동강을 사수하기 위해 집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 전선의 최전방이 되어버린 포항을 비워둘 수는 없는 상황. 강석대는 어쩔 수 없이 총 한 번 제대로 잡아 본 적 없는 71명의 학도병을 그곳에 남겨두고 떠난다. 그리고 남겨진 71인의 학도병들은 몰려오는 북한군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다... 뭐 이런 내용 되시겠다.

많은 전쟁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눈뜨고 보기 힘든 전투 장면을 스펙타클하게 화면에 담아내면서 죄책감어린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졌다. 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전투장면, 그리고 영화의 절정이 되는 전투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시각적인 쾌감 전달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에 점수를 준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 뿐이다. 감각적인 화면과 군복조차 최신 스타일로 소화하는 배우들속에서 어린아이가지 전쟁터로 내몬 시대의 아픔과 전쟁이 가지는 비극에 대한 통찰력이 성찰은 없다. 전쟁의 비극의 전달을 위해 영화 중간중간에 성정된 것들은 단지 '나열'에 그칠 뿐, 그들이 전쟁터에서 겪었을 공포와 혼란을 제대로 전달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학도병은 군인인가? 아닌가?" 극중 강석대 대위(김승우분)가 71명의 학도병들을 포항에 남겨두고 떠나면서 내뱉은 질문이다. 어찌보면 이 질문은 학도병도 군인이니 희생해라는 강요를 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양심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후 전개되는 내용을 볼때 그렇지는 않은것 같다. 남겨진 71명의 학도병들은 어쩔 수 없이 전쟁터에 끌려오긴 했으나 스스로 "학도병도 군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전투에 나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학도병들을 전쟁터에 몰아 넣은 국가의 책임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이들의 숭고한 죽음을 찬양하는 모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아버지의 깃발"이란 영화를 보셨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 우드는 "그들은 결코 영웅이 아니었다." 대사를 통해 전쟁을 부추기고 소비하게 하는 행위 즉, 전쟁영웅, 특히 소년영웅들을 만들어 내는 행위의 위험성데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아버지의 깃발"에서 보여진 통찰력을 "포화속으로"에서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정도 전쟁의 아픔과 비극을 풀어주리라는 기대는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스펙타클한 전투만 난무하고 스타일리쉬한 군복을 입은 훈남들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전쟁영화일뿐이라면... 


"포화속으로"는 그 개봉시기와 맞물려 많은 논란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천안함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 전쟁을 부추켜지고 있는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보다는 오히려 "아버지의 깃발"이 소재로 삼았던, '로젠탈의 사진'에 더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150억이란 자금이 투입된 심혈으르 기울인 영화 그러나 시나리오는 영화의 스펙타클한 장면들을 다라가지 못하고 있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이어 붙힌 듯 시퀸스들은 유기적인 작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영화가 보여주려던 전쟁의 참상, 아픔, 비극적 교훈은 온데 간데 없고, '탑'이라는 인기가수가 '최승현'이라는 '괜찮은 젊은 배우하나 나왔구나에 그치고 마는 아쉬운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모든 전쟁영화는 반전(反戰)영화다"라는 말이 있다. 딱히 반전을 주제로 내세우지 않았더라도, 전쟁의 끔찍함과 참혹함이 생생히 묘사되다 보니 역설적으로 평화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직접적인 전투장면의 묘사이든, 전쟁이 쓸고 지나간 뒤의 참혹한 풍경과 인간의 모습이든. 그러나 "포화 속으로"는 이말이 언제나 참인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다. 

Cinema Paradiso  NO.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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