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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이야기 하다

포토저널리즘 주제의 선택 - 극한 상황에 처한 사형수 취재 -

by 淸風明月 202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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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라이트의 텍사스 사형수 감방 (Texas Death Row - Ken Light -)

사진가 켄 라이트(Ken Light)는 멕시코 국경지역에서부터 시작해 미시시피강 주변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장소에서 농부들의 삶을 20년 동안 촬영해 세 권의 사진집으로 출간하였고, 텍사스의 사형수 감호소(Texas Death Row)를 기록한 사진집을 출간하였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120차례가 넘는 개인 및 그룹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이중에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국제사진센터, 스미소니안 박물관 전시 등이 포함된다. 그의 작품들은 11개가 넘는 카달로그와 포트폴리오로 출판되었다. NEA, 도로시아 랭 다큐멘터리 사진기금, 핫셀블라드 사진기금 등을 수상하였고, 캐논 포토 에세이스트 콘테스트, 미국사진기자협회 사진상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분교에서 저널리즘을 강의하고 있고, 사진 통신사 등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같은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아무런 금전적 대가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을 투자한 그의 결단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가장 성공적인 작품은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면에서 시작된 작업은 잡지 일에서는 전혀 이루어낼 수 없는 나 자신만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통해 우리는 사진에 대한 그의 신념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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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 텍사스 사형수 감호소를 촬영한 것들이다. ‘텍사스 사형수 감방’은 이전의 켄 라이트 사진들 속에서 보여졌던 사람들의 삶들보다는 훨씬 더 극단적인 사형수들의 마지막 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사진들을 살펴보기 전에 우리는 사형제도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1976년 이후 사형이 집행된 인원이 92명으로 텍사스는 미국 전체에서 사형 집행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켄 라이트가 촬영하였던 1994년에만도 14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호주에서는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던 해가 1968년으로, 죄수는 펜트리지 감호소에 수감중이던 로날드 라이언(Ronald Ryan)이었다. 무죄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형은 집행되었고 이후 공식적인 사형 집행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많은 죄수들이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사라지고 있다. 그의 사진 속 주인공이기도 한 토마스 밀러-엘(Thomas Miller-El)은 촬영 인터뷰에서 “이러한 가학적 방법들이 테크놀로지 사회 어느 곳에서나 자행되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야만적 행위는 가장 민주적인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정치체계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켄 라이트의 사진들은 고도로 발달한 민주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야만적 처벌’ 행위를 고발하고, 그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삶의 숭고한 순간들을 담담한 자세로 풀어나간다.


텍사스 헌트빌에 위치한 엘리스 감호소의 사형수들은 운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책을 보고, 기도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보람 있게 보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 속 인물들은 이미 텍사스 주법에 의해 사형집행이 끝나 우리와는 운명을 달리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켄 라이트가 자신의 사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각각의 고귀한 삶을 구가하던 사람들이 사형이라는 비인도적 제도를 통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보이스카웃 시절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어느 사형수의 모습에서,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면회소의 유리창 사이로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모자의 모습에서 한때의 잘못된 행동으로 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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