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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이야기 하다

우도와 사랑에 빠진 여자 이성은

by 淸風明月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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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이성은이 본 우도...

우도(牛島) 제주 동쪽 떠오르는 태양을 먼저 맞이하는 섬으로 제주섬의 방파제가 되어, 태평양의 거센 물결을 막아주는 섬, 우도. 마늘밭을 일구다가도 물때가 되면 바다에 들어가 금새 호이호이 숨비소리를 들려주시는 어머니가 있는 고향의 마을. 작가의 눈은 우도의 풍경에서 우도의 삶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해안가를 거닐다 ‘호이호이’하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으며 호기심이 일었을 게 분명하고 그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궁금해서 해녀들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바다만 보였을 땐 숨비소리가 휘파람소리였겠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것은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바다와의 싸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해녀들의 가장 중요한 시간의 한숨이었다. 20여분 가량 잠수하면서 생긴 몸속의 탄산가스를 일거에 내뿜고 산소를 깊이 빨아들이는 소리인 것이다. ‘나약한 여자의 몸으로 물질을 하거나 농사를 지어서 가정경제를 도맡아 왔던 제주해녀는 그 강인함과 근면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저평가된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이 말을 내게 여러 번 강조한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해녀가 유럽 및 서구 언론의 관심을 끌고 제주도 내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녀는 연약한 여인들이면서도 나잠어법으로 바다 속 20m까지 들어가 2분 남짓 견디며 해산물을 캔다. 그네들의 물질기법은 ‘나잠어법’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나잠’은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간 옛 해녀들의 모습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렇게 오전에 물질을 하고 오후에 밭일을 한 후 저녁에 또 다시 집안일과 식솔 간수하는 중노동을 모두 여자들이 했다고 하니, 그 체력과 생활력에 혀를 내두른다. 알고 보면 해녀의 물질은 삶의 처절한 몸부림 같은 것이다. 해녀는 이 땅에서 숱한 곡절을 견디며 살아온 여인네들의 상징이다. 물속을 향하는 자맥질 자체가 바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의지의 산물이고, 해녀의 자맥질에 가족들 생계의 생명선이 연결돼 있었던 샘이다. 해녀들은 물속에서 시종 혼자서 헤엄치고 작업을 한다. 물속에서 만나는 위험을 물리치는 일도 열심히 수확하는 일도 절대적으로 혼자의 몫이다. 작가가 긴 시간동안 우도를 떠나지 못하고 해녀들을 촬영하는 과정도 그렇게 절대고독과 맞닿아 있었으리라.





우도 조일리 2000. 천초 공동작업 중에 태풍이 불어와 서둘러 가마니를 운반하고 있다.



우도 오봉리 2006. 우뭇가사리를 담은 망사를 크레인이 물 밖으로 들어올리고 있다.



우도 조일리 2000. 오랜 물질로 해녀들은 두통과 피부염으로 잠수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도 조일리 2002. 첫눈을 맞고 활짝 웃고 있는 해녀.

 

우도 천진리 2004.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휘파람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우도 조일리 2000. 하늘이 울어서 날씨 좋은 날이 있으며, 바람 불어서 결이 잔잔한 날이 있으랴(바람 관련 속담) 태풍이 올 때도 천초작업을 하는 해녀들.




김경복 해녀의 친필 생애 약사.

 

“맨살의 얼굴로 /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 외로울 때마다/ 바다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 나는 바닷가 태생 / 구름에서 일어나 거슬러 부는 바람에 / 쥐어 박히며 자랐으니 / 어디에서고 따라붙는 소금기 / 비닐 되어 살 속 깊이 박혔다 / 떨치고 어디론가 떠나 보아도 / 되돌아오는 윤회의 파도가 / 내 피 속에 흘러 / 원인 모를 병으로 몸이 저릴 때마다 / 찾아가 몸을 담그는 나의 바다 / 깊은 허망에 이미 닿아 /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몸이 되었을 때 / 나는 바다로 가리라 / 소리쳐 울리라 / 제주바다는 / 맨살의 얼굴로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 김순이 시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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