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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o ergo sum

국민건강 내팽겨치려는 MB정부

by 淸風明月 2010.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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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으로 모든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4월 6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인 국무회의를 통과 했다. 사실상 국회의결 절차만 끝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법률개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정법률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 문제이다. 법안에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병원경영지원사업 포함),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 등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의료기관의 수익 추구는 기승을 부리고 의료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의료법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다루는 법이다. 법개정에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미명하에 의료민영화 독소조항으로 구성된 의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법 개정을 시도한 것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7년 2008년에도 의료민영화 독소조항으로 구성된 의료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국민적인 저항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의료법 또한 입법예고 당시 1만 3천여명이 반대의견서를 제출할 정도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도 입법예고 당시의 조항들을 하나도 삭제하지 않고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의료를 민영화 함으로써 좀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정부는 말한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오바마 정부의 의료개혁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항상 저들이 이야기하는 선진국 미국도 포기한 민영화를 본격화 하려는 의도는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정법률안이 담고 있는 독소조항들을 한번 살펴보자.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조항은 언듯 들으면 오~호 이거 괜찮은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료인간의 원격의료에서 의료인-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 허용은 단순히 원격의료 주체 변화가 아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를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통신업체와 연계한 병원경영지원회사 등장과 재벌병원들이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해 의료를 독과점화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수년전부터 원격의료 구축은 ‘삼성’등 민간자본이 선도하고 있다. 이미 대형병원들은 전산망 통합 등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병원들을 직할로 편입시키는 등 준비를 해왔다. 이것만 보아도 ‘의료사각지대 해소’라는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가 재편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또한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으로 인한 의료사고 문제 등 원격의료가 가져올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대책마련도 없이, 사실상 의료민영화의 완성판으로 보이는 원격의료를 서두르는 것은 환자의 입장보다 대형재벌병원의 이윤창출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인가? 진정 정부가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다면, 성급한 원격의료 허용보다 언제 어디서든 진료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 확충, OECD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건의료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여 전국 어디서나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또 하나의 독소조항은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병원경영지원사업 포함)이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 범위가 급기야 병원경영지원사업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병원경영지원사업(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MSO)은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병원경영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료분야에서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은 단순히 경영지원의 문제가 아닌 영리병원의 우회로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는 의료기관에 외부 자본투자가 불가능하며, 의료기관의 수익은 모두 의료업에 재투자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병원경영지원회사가 자본유치와 이익금 배분이 가능하게 되면,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이 MSO를 통해 자본의 전출입이 가능하게 되고 굳이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아도 영리병원 도입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나아가 민간의료보험의 지분참여를 통해 본격적으로 건강보험 해체 단계로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또한 무분별한 부대사업 허용은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의료업 본연의 임무보다 환자들을 상대로 ‘돈벌이’ 장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비영리인 의료법인의 설립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안이다. 현재까지는 의료법인이 파산했을 경우, 청산하고 남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되었다. 이는 의료법인이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국가로부터 받고, 의료법인은 사회에 대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허용한다는 것은 의료법인을 사회적 자산이 아닌 사적 소유물로 간주하고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중소의료법인들이 사실상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의료법인의 합병을 허용하게 되면, 대형의료자본이 주변의 중소병원을 인수 합병하여 특정지역에서 독점적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들의 경우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릴 것이며 수도권 중심으로 대형재벌병원만 생존하고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들은 의료접근성 훼손과 의료비 상승으로 고통받고, 병원노동자들은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겪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이 지역내 경쟁기관을 인수한 뒤 폐업시키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최근의 SSM문제를 본다면 잘 알수 있다.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서면 주변 수백개의 슈퍼마켓이 폐업을 하게 된다.

이렇듯 이번 의료민영화 법안이 담고 있는 것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아닌 새로운 이익창출을 원하는 자본들에게 국민의 건강권을 팔아넘기는 행위인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 갔다. 모든 것이 천암함 사태에 묻혀버린 형국이다. 언론은 천암함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황색저널리즘의 가장 좋은 예가 오늘의 한국 언론인 것이다. 정부는 지금 의료민영화 정책 입법이 아닌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공공의료 확충으로 병원비 걱정없는 사회’, 보건의료인력 확충으로 ‘보호자 필요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의료시장은 충분히 민영화 되어있다. 취약한 의료공공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해도 모자랄 판에 모든것을 자본에게 넘겨주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신자유주의 시대 경쟁의 시대, 자본의 논리가 앞서는 시대일지라도 국민의 건강권을 가지고 돈놀이를 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정책은 폐지되어야 하는게 마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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